“공기업 초임 낮춰 일자리 나누자”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4분


공공기관 전수조사 뒤 임금체계 대폭 개편키로

한국수력원자력 이어 한전 등 적극 검토

성과따라 보수 차등 직무급제 도입 추진

정부가 업계 일각에서 시작된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를 확산시키기 위해 공공기관의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낮추는 등 임금 체계를 대폭 개편하기로 했다.

20일 기획재정부와 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대졸 초임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이 결과를 토대로 대졸 초임 인하에 따른 일자리 확대 효과를 분석하기로 했다.

또 공공기관 간부를 대상으로 맡은 직무의 중요성과 성과에 따라 보수를 차등화하는 ‘직무급제’를 도입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임금을 낮춰 고용을 늘리는 잡 셰어링 방법을 강구해 보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 공공기관 ‘임금 깎아 더 뽑기’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면서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대졸 초임을 낮춰 일자리를 늘리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일 신입 직원의 임금을 낮춰 신규채용 인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전날 열린 간부회의에서 “정부의 고용안정 시책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잡 셰어링 방안을 검토해보자”고 말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도 대졸 초임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 국책금융기관은 올해 상반기 중 대졸 초임을 낮춰 신입 직원을 추가 채용하는 방안을 공공기관 중에서 처음으로 재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공공기관 하급 직원과 간부의 급여체계를 분리한 뒤 간부에 대해서는 능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연봉을 달리 지급하고 일정 기간 직무 분석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업무별 직무급제를 도입하되 연봉 상한선을 둬 인건비 총액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생긴 여유 재원은 일자리 늘리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정부 ‘임금 유연성’ 높이기로

정부가 이처럼 대졸 초임을 낮추고 직무급제 등 임금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한국 노동시장의 ‘고용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해고가 쉽지 않아 채용도 원활히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일자리 나누기도 더딜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졸 초임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경제계 의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한국의 대졸 초임이 다른 선진국보다 높아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된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공공기관에 능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한 직무급제가 도입돼 임금 유연성이 높아지면 민간 부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정부와 노동부는 일자리 나누기를 실천하는 기업에 △대출금리 1∼2%포인트 인하 △법인세 납기 연장 또는 분할 납부 허용 △세무조사 유예 △근로감독 면제 △고용보험기금 지원 △정부 물품 조달 때 우대 등의 혜택을 주는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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