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황에 위축된 소비자 심리를 공략하는 화려한 ‘블링 블링’ 콘셉트의 제품이 늘고 있다.
힙합 패션 용어에서 파생된 신조어인 ‘블링 블링’은 보석이나 스팽글(반짝이는 작은 원 모양), 크리스털 장식 등에서 나오는 반짝이고 화려한 느낌을 뜻한다. 화려한 콘셉트가 우울한 소비자들의 기분을 고조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화장품부터 가전까지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 양주 화장품도 톡톡 튀게
연말연시에 맞춰 한정판으로 나온 ‘블링 블링’ 제품들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보드카 브랜드 ‘앱솔루트 보드카’는 지난해 12월 붉은색 스팽글로 술병 전체를 감싼 디자인의 ‘앱솔루트 레드 스팽글’을 내놓았다. 투명한 병에 굵은 글씨로 제품명만 써 놓은 기존 일반 제품보다 튀는 디자인 덕분에 국내에 들여온 2만4000병이 한 달 만에 모두 팔렸다.
업계 최초로 화장품 용기에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한 LG생활건강의 파우더 화장품 ‘오휘 루미아르떼 팩트’도 한 달 만에 준비한 1만 개가 동이 났다.
LG생활건강 측은 “빛나는 눈꽃무늬 조명이 여성 고객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앞으로 밸런타인데이나 성년의 날 등에 맞춰 시리즈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크리스챤 디올도 각각 보석과 크리스털이 박힌 케이스를 선보였다. 이 브랜드의 파우더 화장품인 ‘나이트 다이아몬드’는 6가지 디자인의 크리스털 컬러 보석과 라임 스톤 30여 개가 제품 외관에 박혀 있어 액세서리 느낌도 난다.
○ 에어콘-TV도 화사하게
흑백 위주였던 가전제품 시장에도 다양한 색상과 패턴이 유행하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발표한 2009년형 휘센 에어컨은 우아한 여성 드레스를 콘셉트로 삼았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경기 불황에 집안 분위기라도 화사하게 꾸며 시름을 잊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을 반영한 결과다.
휘센 에어컨의 ‘포에버 와인 드레스’ 시리즈는 전면 패널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목걸이 모양으로 디자인해 부착했다. 하단부에 달린 ‘크리스털 무드 조명’은 유리 구두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은은하게 반짝인다.
LG전자의 ‘엑스캔버스 크리스털’ 액정표시장치(LCD) TV는 1000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TV화면과 받침대 사이를 장식했다.
팬택 계열이 지난해 선보인 ‘네온사인폰’은 전화나 메시지가 올 때 휴대전화 앞면의 LED에 미리 지정해 놓은 아이콘이 반복적으로 반짝인다. 개성 있는 디자인 덕분에 시판 7개월 만에 48만 대가량이 팔렸다.
남기완 LG전자 HAC(생활가전 및 에어컨) 디자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년 전에는 컬러로 포인트를 주는 게 인기였다면 최근에는 보석 등을 활용한 반짝이는 디자인이 유행”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