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휴대전화업체 자생력 ‘비상벨’

  • 입력 2009년 1월 30일 03시 00분


■ 국내업체 실태분석 보고서

“독자 기술 없다” 98%

“R&D 투자 全無” 62%

대외경쟁 취약… 대기업에 휘둘려

휴대전화 산업에 관련된 한국 중소기업 100곳 중 98곳은 독자적인 신규기술과 부품을 개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10곳 중 6곳은 기존제품 개선과 개량 등의 연구개발(R&D)에 필요한 투자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소 휴대전화 관련 업체들의 기술력이 떨어져 외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우려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29일 입수한 ‘2008년 국내 중소 휴대전화 업체의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중소 휴대전화 업체 중 신규 기술이나 새로운 부품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는 조사 대상 207곳 중 4곳(1.9%)에 불과했다.

이 보고서는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과 시장조사기관 메가리서치가 △휴대전화 제조사 27곳 △R&D회사 16곳 △부품업체 164곳 등 휴대전화 관련업체 207곳을 선정해 지난해 10∼11월 공동 조사한 결과다. 중소 휴대전화 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IITA는 보고서에서 “향후 국내 중소 휴대전화 업체의 기술력 부재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사대상 업체들이 보유한 전체 인력 중 R&D 인력은 8.3%에 불과했고, 업체 중 61.8%는 R&D에 투자하는 비용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은 신제품 개발이 어려운 이유로 △과도한 R&D 비용(17.5%) △과도한 기술료 부담(15.5%) △핵심부품 미확보(14.5%) 등을 꼽았다.

독자기술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관계에서도 절대 약자로 전락했다.

실제 대기업으로부터 단가인하 압력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이 10.6%나 됐다. “대·중·소 협력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고 답변한 중소기업은 1.4%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게 부품을 납품하거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생산을 하는 중소기업들은 영세업체가 즐비하다.

조사대상 업체 207곳 중 직원이 30명 미만인 업체와 매출액이 10억 원 이하인 업체도 각각 71곳(34.3%)이나 됐다. 또 이들이 주로 납품하는 곳은(복수응답) △삼성전자 54.6% △LG전자 35.7% △팬택계열 11.6%로 국내 ‘빅3’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실정이다. 해외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곳은 15.9%에 그쳤고, 이들 기업의 연간 수출규모는 평균 345억 원에 불과했다.

휴대전화 산업 악화에 대비해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한 163곳 중 절반에 가까운 78곳(47.9%)은 올해 인력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대상 업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IITA 정보서비스단의 정지범 연구원은 “중소 휴대전화 업체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개발 등 자생력 배가에 주력해야 한다”며 “이들이 경기 불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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