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문의가 부쩍 늘어 많이 바빠졌습니다. 제2롯데월드와 한강변 초고층 건립 허용 등 호재가 나오자 주변 아파트 값이 오르고 있어요. 수요자들의 관심도 크게 늘었습니다.”(서울 송파구 잠실동 T공인 사장) “잠실은 좀 들썩이는 모양인데 여긴 조용합니다. 값이 내린 아파트도 있어요. 같은 송파구인데 잠실 쪽과는 분위기 차이가 큽니다.”(서울 송파구 거여동 A공인 사장) 부동산 대세 상승기나 하락기 때 집값이 한 묶음으로 움직였던 서울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구)에서 올 들어 ‘내부 차별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호재에 따라 집값이 오르는 구와 내리는 구가 엇갈리는가 하면 같은 구 안에서도 호재가 있는 특정 지역만 오르고 나머지는 별 움직임이 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올 들어 서초구만 약세
강남권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투기지역 해제 등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저가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급매물 거래가 늘고 호가가 수천만 원씩 뛰는 단지가 생겼다. 하지만 집값 동향을 구별로 자세히 쪼개보면 강남 서초 송파의 3개 구가 동반 상승하지는 않았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강남구와 송파구는 이달 3∼30일 아파트 매매가가 각각 0.43%, 1.04% 오른 반면 서초구는 0.23% 떨어졌다. 또 강남구와 송파구는 같은 구 안에서도 단지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42m²의 시세는 이달 5일 6억2000만∼6억5000만 원에서 19일 6억5000만∼6억8000만 원으로 약 3000만 원 올랐다. 반면 일반 아파트인 대치동 S아파트 149m² 시세는 21억∼24억 원에서 19억∼22억 원으로 내렸다.
제2롯데월드 용지와 가까운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112m² 시세는 이달 5일 7억7000만∼9억3000만 원에서 19일 8억5000만∼10억 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송파구 거여동 D아파트 122m²는 6억6000만∼7억8000만 원에서 6억∼7억8000만 원으로 떨어졌다.
○ ‘범(汎)강남권’ 균열 오나
새해 들어 서초구 집값이 강남구와 송파구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 것은 규제 완화에 민감한 재건축 단지가 강남구와 송파구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초구는 반포주공1단지를 빼고는 이렇다 할 저층 재건축 단지가 없다. 그러나 강남구에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개포주공, 은마아파트가 있다. 송파구에도 잠실주공5단지와 가락시영 등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가 많다.
올해 입주할 아파트가 많다는 점도 서초구 집값의 약세 요인이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지난해 2176채와 2만2343채가 각각 입주해 집값 하락폭이 서초구보다 컸다. 두 지역의 올해 입주 물량은 각각 106채, 145채뿐이다.
하지만 서초구는 지난해 12월부터 반포자이(3410채) 등 3594채의 입주가 시작됐고 7월에 3705채가 입주할 예정이다. 많은 입주물량이 집값을 내리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과거에는 ‘강남권’이란 틀에 싸여 이 지역 집값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재료’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강남 3구를 하나로 묶었던 테두리의 강도가 점차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