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경상수지가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외국인이 증시에서 ‘셀 코리아’에 나선 영향으로 자본수지 역시 사상 최대규모의 순유출을 보였다.
30일 통계청이 내놓은 ‘2008년 1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조업과 전기·가스업, 광업을 합친 광공업 생산은 전년 같은 달보다 18.6% 급감했다. 광공업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1월 이후 39년 만의 최저치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및 부품(―42.8%) 자동차(―29.3%) 등 주력산업의 생산 감소폭이 컸다.
소비 투자 등 내수 관련 지표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인 경제상황을 반영했다. 지난해 12월의 소비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7%, 미래 경제성장의 밑천인 설비투자 증가율은 ―24.1%로 각각 1998년 12월과 11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또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중 국제수지 동향(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64억1000만 달러로 한은의 예상치(45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발(發) 금융위기 여파로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대거 빠져나감에 따라 작년 자본수지도 509억3000만 달러 순유출을 나타냈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함께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1월 무역수지도 수출 부진과 설 연휴 조업 중단 등의 영향으로 38억∼40억 달러 적자가 예상된다.
한편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한 강연에서 “작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장기 침체의 시작으로 보느냐, 일시적인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망이 달라진다”면서 “경기 침체가 시작일 뿐이고 올해 1, 2분기도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본다면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