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한국형 모터쇼’ 개발을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9분


올 서울모터쇼에 수입차 브랜드 절반 이상 불참

세계 자동차업계가 불황의 여파로 휘청거리면서 4월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서울모터쇼도 큰 타격을 보게 됐습니다. 격년으로 열리는 서울모터쇼는 2007년 182개 업체가 참여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참가 업체가 176개로 감소했습니다.

더구나 모터쇼의 중심축인 완성차 회사만 놓고 보면 참여율은 역대 국산차-수입차가 통합된 모터쇼 중 가장 낮습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GM대우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5개 자동차 회사는 모두 참여하지만 수입차의 참여율은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모터쇼에 나오는 수입차 브랜드는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 아우디, 폴크스바겐, 푸조, 포드와 올해 하반기 국내 진출 예정인 도요타 등 모두 8개입니다. 참가를 포기한 브랜드는 BMW, 크라이슬러, 인피니티, 볼보, 재규어, 랜드로버, GM, 포르셰, 닛산, 미쓰비시, 페라리, 마세라티, 스바루 등 13개에 이릅니다. 미쓰비시, 닛산, 페라리 등은 통합 모터쇼에 처음으로 나올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일각에서는 관람객이 100만 명이 넘던 서울모터쇼가 쇠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더구나 일부 언론에서는 모터쇼를 걱정하기는커녕 ‘반쪽 행사, 신차가 없는 B급 모터쇼’라며 찬물을 끼얹는 기사를 내놓으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모터쇼 관계자들이 아쉬워했습니다.

이번에 불참하는 수입차 브랜드는 대부분 3월에 열리는 중국 상하이모터쇼에는 참석할 예정입니다. 한국 모터쇼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상하이모터쇼에는 참석하는 자존심 상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은 왜일까요.

자동차 전문가들은 자동차시장의 규모를 꼽습니다. 한때 연간 165만 대까지 판매됐던 한국의 시장 규모는 올해 판매가 급감하면서 100만 대 선이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중국은 연간 800만 대 수준으로 한국의 8배에 이르며 곧 1000만 대를 넘어 최대 시장인 미국의 1500만 대도 추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참가하는 자동차회사들이 서울모터쇼에 신차 공개를 꺼릴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참가 업체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수입차 회사들의 부담도 줄이면서 관람객들도 즐거운 ‘한국형 모터쇼’를 구상해야 하지 않을까요.

거창한 규모와 값비싼 호화 부스가 없더라도 다양한 행사와 문화적인 장치들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면 관람객들은 충분히 즐거울 수 있을 겁니다. 서울모터쇼 관계자들은 해외 유명 모터쇼를 모방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한국형 모터쇼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석동빈 산업부 차장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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