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불황기 조직개편 키워드…‘현장’‘슬림’‘친환경’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9분


현장, 슬림(Slim), B2B(기업 간 거래), 친환경, 팀워크(시너지).

2일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위기를 이겨내려는 한국 대기업의 다양하고 혁신적인 조직개편 몸부림은 이 같은 핵심 키워드로 수렴되는 특징을 보였다.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스피드 경영의 중요성과 고객친화 경영의 강화 전략은 ‘현장’이란 단어로 요약됐다.

삼성전자는 경영지원총괄을 폐지하면서 사업 부문 차원의 현장완결형 의사결정 구조로 변신했다. LG텔레콤은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한시적 조직이었던 ‘고객 관점 현장 만들기 태스크포스(TF)’를 최근 개편해 ‘현장지원팀’으로 상설화했다.

LG텔레콤의 한 임원은 “현장지원팀은 현장중심의 문제해결 조직”이라며 “CEO의 현장방문 활동에 동행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고객 관점에서 혁신활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KT도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현장 인원을 3000명 늘렸고 에스원은 경기와 강원권을 담당하던 경원본부를 경기본부와 영동본부로 분리해 현장성을 강화했다.

현장 강화는 본부 조직의 ‘슬림’과 맞닿아 있었다.

김인 딜로이트컨설팅 이사는 “운영구조의 슬림화는 불황기 기업이 실행하는 전략의 대부분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본사 인력을 1400명에서 200명으로, KT는 임원을 45명에서 35명으로 각각 감축했다.

소비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B2B’의 중요성도 커졌다. LG전자는 B2B 성격의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와 에어컨(AC)사업본부를,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같은 부품사업을 전담하는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을 각각 신설했다.

삼성의 고위 임원은 “소니나 노키아는 삼성 반도체와 LCD의 고객이지만 TV와 휴대전화 부문에서는 경쟁자여서 (고객에 대한) 신뢰 구축에 한계가 있었다”며 “별도의 B2B 전담 부문이 생기면서 이들 대형 고객사에 대한 대응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LG,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등이 환경전략팀을 신설하고 환경 관련 연구개발(R&D) 조직을 강화한 것은 신(新)성장동력 중 하나인 ‘친환경’ 사업의 중요성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글로벌 사업을 전담했던 ‘글로벌 CIC(기업 내 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다른 3개 CIC에 이관해 국내외 구분을 없애는 조직 통합을 통해 조직원 간 ‘팀워크’와 관련 사업 간 ‘시너지’를 높이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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