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윈도]한벌에 30만원 씁쓸한 교복값

  • 입력 2009년 2월 5일 02시 55분


중고교 입학 시즌을 한 달여 앞둔 요즘 교복 매장에서 종종 승강이를 벌이는 부모와 학생들을 볼 수 있습니다. 성장기 자녀가 쑥쑥 자랄 것을 생각해 한 치수 큰 것을 원하는 부모에 비해 청소년들은 몸에 딱 맞는 옷을 고집하기 때문이죠.

교복을 3년 내내 몸에 맞게 입기는 어렵습니다. 대학입시로 한창 바쁜 고교 3학년이 되면 늘어난 허리 때문에 바지나 스커트의 단추가 떨어지는가 하면 다시 덧달기를 포기하고 허리 이음새에 옷핀을 꽂아 연결하기도 하죠.

그런데 요즘 중고교생 가운데 1년에 한 번씩 교복을 사는 학생들이 많다는군요. 입고 있는 교복이 멀쩡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광고모델로 등장하는 브랜드의 교복을 다시 구입한다고 합니다.

‘코르셋 지퍼, 슬라이딩 웨이스트, 안심지퍼, 돌돌소매 와이셔츠, 일러스트 안감, S라인 교복…….’ 교복에 더해진 기능을 표현하는 단어들입니다. 한창 외모에 민감한 10대에게 이런 홍보문구는 솔깃할 것 같습니다. 이처럼 매년 새로운 기능을 더한 ‘브랜드뉴(Brand New)’ 제품이 나오면 부모님을 졸라 다시 값비싼 교복을 구입한다는군요.

그런데 기자의 눈을 놀라게 한 것은 30만 원에 달하는 교복값이었습니다. 10여 년 전 맞춤교복 한 벌이 10만 원 안팎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해진 치수에 맞춰 구입하는 옷 치고는 너무 비싸죠. 세탁 문제로 셔츠나 블라우스, 바지 등을 추가 구입하면 40만 원을 훌쩍 뛰어넘게 됩니다.

올해 초 교복업체들은 교복값을 10∼15% 올렸습니다. 교복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이 오른 데다 새로운 기능을 더해 교복값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신학기 교육 물가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히자 그제야 슬그머니 교복값을 내리겠다고 몸을 낮췄습니다. 교복값 인상 원인으로 지목됐던 아이돌그룹 모델을 내세운 광고도 모두 그만두기로 했죠. 또 이미 인상된 가격으로 구입한 소비자에게는 차익을 환불해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나마 본사에서 대리점에 환불이나 가격 인하를 강제할 권한이 없어 교복값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교육의 수단인 교복이 돈벌이의 방편이 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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