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산시장이 본격적인 랠리를 펼친 2006년 이후 현재까지 3년간 금의 누적 투자수익률은 80%(연 22%)다. 같은 기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5%나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현재 금 가격은 온스당 900달러로 고점 대비로는 10% 하락한 가격이지만 다우지수 하락률 40%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등한 가격수준이다.
이처럼 금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안전자산 선호현상 때문이다. 금은 디플레이션 헤지 기능과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는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다. 현재의 세계 자산시장은 디플레이션 우려뿐만 아니라 경기부양 조치로 인한 통화증발 효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쳐 있기 때문에 금이 가장 안전한 피난처로 인식되고 있다.
주식시장 비관론자로 유명한 마크 파버는 달러와 주식을 팔고 금에 베팅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경기부양에 실패할 것이고 오히려 부양책으로 인한 통화증발 때문에 조만간 달러가치가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이 때문에 중국을 비롯한 국부펀드가 자산가치 방어를 위해 은밀히 달러를 매도하고 금을 매입해 금값이 계속 올라갈 것이라며 헤지펀드를 부추기고 있다. 그는 헤지펀드 컨설턴트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다. 최근의 달러 강세에서 금은 약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강세를 보이는 이상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금 투자자들이 파버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증거다.
디플레이션 헤지 기능 측면에서 금은 다른 자산과 대체관계에 있기 때문에 금 가격의 흐름을 통해 자산시장에서 자금흐름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식시장의 방향에 대한 예측도구 역할도 어느 정도 한다.
시장이 폭락하는 변곡점에서 금 가격은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 디플레이션 방어 때문이다. 이 경우 금과 주가는 역상관 관계를 나타낸다. 이 점에 착안해 금 가격 추이로 증시 변곡점을 예측하려는 구루(도사)도 많이 있다. 만약 금 가격이 버블이라서 하락 변곡점의 조짐이 나타난다면 반대편에 있는 증시에는 주가 상승 변곡점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금 투자 전문가들은 현재의 금 가격이 버블인지 아닌지를 주로 상대 가격으로 판단한다. 즉 금이 다른 상품(원자재)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비싸다면 금 가격은 버블일 수 있다. 현재의 금 가격을 다른 원자재 가격과 비교해 보면 격차가 벌어져 있다. 금 가격이 하락해 가격 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만약 헤지펀드가 어느 날 갑자기 금을 팔아 치우기 시작하면 금값은 급락할 것이다. 금은 이제 더는 안전자산이 아니다. 만약 현재의 금 가격이 버블이라면 주식시장의 상승 변곡점이 머지않았다는 시그널일 수 있다.
박춘호 이토마토 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