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0개 IB “한국 올해 -2.3% 성장”

  • 입력 2009년 2월 6일 02시 58분


각종 경제지표들도 빠르게 추락… 일부선 “하반기 호전 예상” 지나친 비관론 경계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반영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마이너스(―)로 낮추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UBS가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을 통틀어 처음으로 2009년에 한국이 마이너스 성장(―3.0%)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을 때만 해도 ‘과도한 비관론’이라는 시각이 강했다. 그러나 두 달여 만에 ‘역(逆)성장론’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런 비관적 전망을 뒷받침하듯 신용카드 연체율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카드 사용액 증가율은 넉 달째 감소세를 보이는 등 부정적 경제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 韓銀도 ‘마이너스성장’ 으로 수정할 듯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등 10개 해외 IB들이 지난달 말 예측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2.3%였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말 집계치(0.8%)보다 3.1%포인트나 낮아진 것.

특히 BNP파리바는 ―4.5%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전망치(―4.0%)보다 더 나쁘게 봤다. 도이체은행(―4.0%) 모건스탠리(―2.8%) JP모간(―2.5%) 바클레이즈(―2.0%) 씨티은행(―1.8%) 골드만삭스(―1.0%) 스탠더드차터드(―1.2%) 등도 마이너스 성장 전망 대열에 합류했다. UBS(―3.0%)와 메릴린치(―0.2%)는 종전 예측을 유지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전날 금통위원을 상대로 한 내부보고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7%포인트 낮춘 0.3%로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 관계자는 “IMF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5%로 낮춘 데다 수출도 크게 줄어 2월에 내놓을 전망치는 마이너스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 신용카드 사용액 4개월째 감소세

내수경기가 빠른 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지난달 신용카드 사용액은 24조6390억 원으로 2008년 1월보다 3.8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9월 중 월별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은 평균 20%였지만 10월부터 급락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신용카드 연체율은 증가세로 돌아서 카드사의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신한 삼성 현대 비씨 롯데 등 5개 전업카드사의 작년 말 연체율은 3.43%로 9월 말보다 0.15%포인트 상승했다. 분기말 기준으로 연체율이 높아진 것은 2003년 신용카드 부실사태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펴낸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내수와 수출의 급락세가 확대되면서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는 “1월에 무역수지가 29억7000만 달러의 적자를 냄에 따라 1월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비관론엔 정부 부양책 제대로 반영안돼

최근 쏟아지는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에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만큼 지나치게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요 20개국(G20) 금융경제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독일을 방문 중인 사공일 국가경쟁력위원회 위원장은 4일(현지 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와 한은 등이 효율적인 정책 수단으로 총력 대응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상승곡선을 긋기 시작해 내년에는 세계 주요 국가 중 가장 강력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KB투자증권은 IMF의 ―4.0% 성장 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며 “올해 0.2%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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