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디플레와 인플레 사이 비상구 찾아보자

  • 입력 2009년 2월 7일 03시 00분


세상에 공짜가 있었다면 위험은 낮고 수익이 꽤 높은 금융상품이 이미 시장을 완전히 휩쓸었을 것이다. 또한 경제에 공짜가 있었다면 인류는 돈을 찍어 불황 없는 성장을 누렸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마법은 없다.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만 바보가 되고 말 것이다.

지금 세계는 다 함께 돈을 풀고 있다. 금리인하와 부양책의 옳고 그름을 따질 틈도 없었거니와 또 그럴 시기도 지났다. 겉으로는 이와 관련된 심각한 부작용이 아직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곳곳에 문제가 싹트고 있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그렇게 많이 통화를 공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시장은 별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용이 낮은 기업이나 가계에 은행 문턱은 되레 높아졌고 자금시장은 여전히 팍팍하게 돌아가고 있으며 정부는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

만일 경기회복이 지연되기라도 하면 자금과 신용시장은 더욱 꼬일 것이다. 통화의 파급경로가 막히고 부실채권 정리엔 돈이 더 들어가고 디플레이션이 더 깊은 디플레이션을 낳는 어려움만 나타날 것이다.

반대로 세계경제가 부진을 딛고 빠르게 돌아설 경우엔 아주 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한판 치러야 할 확률이 높다. 사람들은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이 언제라도 재빨리 긴축의 카드를 빼 들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은행 부실이 어설프게 정리되고 가계 빚이 여전한 상황에서의 금리인상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게다가 문제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사실이다. 미국 은행의 부실채권 정리와 가계 빚 청산엔 아직도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세계경제는 지금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개의 시한폭탄을 동시에 켜 놓고 행군하고 있는 셈이다. 그 무서운 초침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째깍째깍 세계경제를 압박하고 있는데, 해야 할 일은 아직 산더미 같다. 이 두 함정 중 어디에도 빠지지 않고 그 가운데 뚫린 절묘한 비상구를 찾아 빠져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물가상승이 경기회복과 더불어 나타날지, 아니면 경기부진과 함께 나타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전후 최대의 경제위기와 사상 최대의 부양책이 과연 어떤 조합과 반응을 보일지 사실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경제엔 공짜가 없다는 사실이며, 정책수단이 거의 다 드러나고 그 효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너무 확고한 예측은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점이다. 아직은 추세를 선택하기보다는 위험을 의식하면서 방망이를 짧게 잡는 게 잠을 편하게 잘 수 있는 투자전략인 듯하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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