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무섭다. 지난 주말까지 8일 연속 순매수하는 기세를 보이며 코스피 상승세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2008년 말까지 77조6000억 원이나 순매도를 하며 국내 증시 하락세를 주도했던 외국인이 다시 돌아왔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연초 이후 지금까지 국내 증시에서 약 1조800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이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보인다.
우선 포트폴리오 내 한국 증시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한국 증시의 비중을 크게 줄여 놓은 글로벌 펀드 매니저는 한국이 예상외의 선전을 보일 경우 벤치마크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두 번째는 한국의 대표 산업인 정보기술(IT), 자동차 업종의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경쟁국가의 반도체 회사들이 줄줄이 파산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이고, 자동차 업종은 환율 상승의 수혜로 가격 경쟁력이 커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환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원화는 금융위기 여파로 적정가치와 비교해 심각하게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원화가치가 올 하반기에는 상당히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럴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투자한 외국인들은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환차익만으로도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기업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주가를 무리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사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매도는 일단락돼 올해 국내 증시의 수급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주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이벤트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차 금융구제안 발표와 미국 의회의 경기부양안 통과다. 경기부양안의 상원 통과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여겨졌지만 7800억 달러 규모로 합의를 봤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통과는 기정사실화됐다.
규모와 방법 면에서 견해차가 컸던 2차 금융구제안은 배드뱅크 설립을 통해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경제지표로는 일본에서 12월 기계수주가 발표되고 중국에서는 1월 수출입 데이터가 발표된다. 세계적인 교역량 감소로 중국의 수출도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지표다. 미국에서 발표될 1월 소매판매도 영향력이 크다.
국내에서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예정돼 있다.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인하 실효성 발언 이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기준 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예상대로 결정된다면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일 것으로 보인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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