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입고 덜 먹고…소비감소 가속화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작년 12월 옷 판매 18%↓

4분기 음식점매출 5.6%↓

결혼한 뒤 토요일 점심식사는 가족과 함께 외식으로 해결해온 직장인 김모(36) 씨는 올해 들어 원칙을 깼다. 경기침체로 김 씨의 임금이 동결되자 외식을 선호하던 아내가 먼저 “이젠 집에서 먹자”며 마음을 바꿨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당장 살림이 크게 힘들어진 건 아니지만 경기가 더 나빠질 것 같아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지갑을 열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소비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부분인 의식주(衣食住)의 소비를 동시에 줄이고 있다.

9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실물경제의 침체가 현실화되면서 의복 구입과 외식, 주택 및 자동차 구입 등이 급속히 감소했다.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에서 먼저 시작된 소비재 판매 감소는 의류 등 준(準)내구재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의 가정용 직물 및 의류 판매액은 2조8029억 원으로 2007년 같은 달보다 18.2% 줄었다. 또 지난해 12월 신발 가방 판매액 증가율도 전년 동월 대비 ―11.5%로 마이너스로 반전했다.

외식 대신 집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늘면서 음식점 매출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패밀리레스토랑 등 일반음식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6% 줄었다. 신용카드 부실사태 직후인 2004년 1분기의 ―3.2%보다 더 큰 감소 폭이다.

재정부 당국자는 “밀가루 등 식료품 원자재 값 상승으로 물가가 올라 있는 상황에서 실물경기까지 악화되자 국민들이 외식을 줄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주택, 가구 등 주거와 관련한 소비도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5만7000여 건으로 2년 전인 2006년 12월(11만6000여 건)의 절반 수준이었다. 매수세가 급감하자 향후 건축경기를 미리 보여주는 건축 수주도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11월의 건축 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47.7%나 감소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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