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대구 중구 삼덕3가의 골목에 있는 ㈜대경물산에서 70여 명의 직원은 수출 준비를 위해 무척 분주했다.
김두철(60) 대표는 “한국은 ‘서울과 지방’이라는 이분적 인식이 강하지만 프랑스 파리 같은 국제적 도시는 그야말로 옷의 품질이 최고의 기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업체는 대구의 4개 패션업체와 함께 이달 초 파리에서 열린 ‘프레타 포르테’ 전시회에 고급 여성용 기성복을 출품해 4일 동안 80만 달러어치의 판매계약을 했다. 이는 대경물산의 6개월 치 매출액과 맞먹는 액수.
매년 2회 열리는 이 전시회는 올해가 103회째. 각국의 2000여 여성 브랜드 의류가 출품되고 5만여 명의 바이어와 관객이 찾는다.
김 대표는 “2004년 처음 참가했을 때는 참 서러웠지만 이번에는 주최 측에서 1층의 가장 위치가 좋은 곳에 부스를 마련해 줄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10번 연속 이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코리아의 대표적 패션도시 대구’가 비로소 조금씩 각인됐다는 것이다.
김선아(32·여) 수출부장도 “처음에는 대구라는 곳은 아예 모르고 한국에 대해서도 잘 몰라 제품까지 홀대를 받았다”며 “심지어 주최 측에서 부스에 대만 국기를 걸어 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경물산이 ‘K.D.C 깜’이라는 여성복 브랜드로 가져간 옷은 한 벌에 200만∼300만 원이었지만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었다. 50건의 수출 상담이 이어졌고 새로운 바이어도 생겼다.
기존의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등 중동국가들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핀란드, 스웨덴, 벨기에, 홍콩, 체코슬로바키아 등의 바이어들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1974년 설립돼 대구에서 꾸준히 실력을 키우며 국제 패션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이 업체는 이제 겨우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구에서 직원들이 옷을 만들고 전국 27개 백화점 매장에서 100여 명이 판매를 하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여성 의류 디자인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김 대표의 부인 이상순(60) 씨는 “‘편안하고 현실적인 옷’은 좋은 느낌을 줘 국제사회에 두루 통할 수 있다”며 “이탈리아 밀라노나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권위 있는 패션전시회에 적극 참가하면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구의 패션 중견기업들이 이처럼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패션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시의 지원은 인색하고 관심도 낮은 편이다.
이번 파리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들에 대구시가 지원한 것은 행정적 준비와 함께 부스 임대료로 1000만 원가량을 지원한 것이 전부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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