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산업만 살리려 정부가 교역에 개입
‘보호무역주의’ 확산될까 우려하기 때문
유럽과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가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 법안을 비난하는 것은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나타날까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보호무역주의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 무역에 정부가 개입하는 제도나 정책을 말합니다. 이에 비해 자유무역주의는 무역에 국가가 간섭하지 않는 자유로운 대외거래를 뜻합니다.
보호무역을 위해 정부는 보통 관세라는 수입 억제정책을 씁니다. 수입품에 일정한 세금을 부과해 국내 시장에서 비싸게 팔리도록 하는 거죠.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진 외국산 제품은 잘 팔리지 않게 되는 겁니다.
보호무역 정책에는 ‘비관세 장벽’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수입 품목에 제한을 두어 특정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수입허가제’, 특정 상품의 수입량을 제한하는 ‘수입할당제’ 등도 이에 포함됩니다. 미국 하원이 경기 부양을 위한 공사에 미국산 철강제품만을 사용하도록 한 것도 보호무역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하원은 불황을 겪는 자국의 회사를 돕기 위해 이런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 업체들이 생산한 제품만을 쓰면 외국기업은 손실을 보게 됩니다. 한국처럼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면서 돈을 버는 국가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되겠죠.
더 큰 문제는 미국이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하면 유럽이나 중국 일본 등도 이에 가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수출로 국내 경기를 회복시킬 수 없다면 각 나라들은 모두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제품을 막게 될 겁니다.
이미 프랑스가 구제금융을 받는 국내 자동차업체에 자국산 부품을 쓰도록 하거나 중국이 자국산 기계장비를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거죠.
세계 각국은 이미 보호무역의 폐해를 경험했습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의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경제학자들이 반대했지만 관세를 인상하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했습니다. 영국도 자유무역을 포기하면서 모든 나라는 독자 생존을 모색해야 했지요.
결국 자국의 시장과 통화를 보호하려는 보호무역주의 탓에 전 세계의 무역량은 당시 4년 동안 약 60%나 감소했습니다. 당연히 경제의 회복은 더욱 늦어졌습니다.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제2차 세계대전의 한 원인이 됐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보호무역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보호무역 정책은 한 국가가 육성하고자 하는 산업이 국제 무역에서 경쟁력이 없을 때 선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도 그의 저서에서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의 산업을 발전시킨 선진국이 다른 국가들에는 자유무역만을 강요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계 각국과 경제학자 상당수는 보호무역보다는 자유무역이 자원과 노동력의 생산성을 증가시켜 더 많은 부(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들 사이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아직까지는 보호무역에 따른 마찰이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면 다른 나라의 무역보복 조치 등을 불러와 경기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회원국들은 또 글로벌 경기침체 및 보호주의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중단된 도하개발어젠다(DDA) 무역협상 등 자유무역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