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이 같은 구도가 유지되면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의 무역흑자는 동시에 증가해 왔다. 세계경제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위기를 맞았다. 미국은 무역수지 개선과 자국 제품의 소비 증가를 위해 위안화 절상이 필요하다.
반면 경기 부양이 시급한 중국은 수출 증대를 위해 위안화 강세는 피해야 한다. 즉 양국 모두 자국 통화가치의 절하를 원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보호주의에 대한 환상이 양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를 유혹하고 있는 점이다.
전대미문의 글로벌 위기 수습이 지연되면 양국뿐 아니라 세계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 이미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일본 등 대미(對美) 흑자국들은 상당 규모의 미국 채권을 보유하면서 여전히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만일 양국의 대립이 세계적 차원의 보호주의로 흐를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받을 국가는 바로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 국가들이다. 이러한 위험에 대해 양국뿐 아니라 세계는 상당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2006년부터 ‘고위급 전략대화’를 통해 공포의 균형 유지를 위한 상호 이해관계를 조절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동아시아 순방이 예정돼 있다. 이는 보호주의 경향과 관련한 미국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미중 양국의 극단적 대치까지 예상되지는 않지만, 보호주의 색채의 강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한국은 글로벌 위기 수습 과정에서 보호주의 극복 프로그램도 동시에 가동해야 한다.
연초 이후 세계적 차원에서 환율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보호주의가 강화될수록 환율 변동 가능성은 높아진다. 튼튼한 나무(기업)를 만들기 위한 구조조정뿐 아니라 숲(국제질서) 저편의 폭풍에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환율, 보호주의, 국제질서 등 구조적 변수의 향방이 다시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역(逆)샌드위치론’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