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후계자 - 독단 선택도 피해야
급박한 경영 승계, 상왕(上王) 경영, 무조건적인 자녀 승계, 독단적인 후계자 결정.
LG경제연구원은 10일 ‘중소 가족경영 기업의 승계 성공 포인트’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창업자와 그 가족이 소유권과 경영권을 모두 가진 중소 규모의 가족기업들이 경영 승계를 잘하려면 이 같은 4개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가족기업의 승계는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창업자와 후계자가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역할을 각각 수행하고 그 다음 단계로 창업자는 이사회 의장, 후계자는 CEO를 맡는 단계적 승계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부모 창업자가 자식 중 후계자를 마지못해 선정하는 경우 (부모가 자식에게) 업무를 넘겨주고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못해 후임자와 갈등을 빚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이른바 창업자는 은퇴 후의 인생설계를 미리 해서 ‘상왕 경영’의 유혹과 폐해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 중 가족기업을 승계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경우에는 오랜 경험과 충분한 역량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CEO에 앉히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특히 자녀가 어린 경우에는 전문경영인이 가족기업의 세대를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후계자 선택을 창업자 혼자만의 결단으로 결정하는 것보다 가족회의나 외부 자문위원회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며 “투명한 지배구조와 합리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가족기업은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 중소기업의 70% 정도가 가족기업”이라며 “이들 기업이 세대를 이어가며 영속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승계의 실패”라고 강조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