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남미 필리핀 호주서도 ‘태극기 휘날리며’
《세계 시장에서 ‘저가 제품’으로 통했던 한국 자동차는 이제 잊어도 좋다.
‘made in Korea’ 제품이 프리미엄급으로 올라서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동차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지만 한국차는 위기를 기회로 맞은 듯 빛을 발하고 있다.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잇단 호평과 이를 증명하듯 꽁꽁 언 해외 자동차 시장에서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한국차를 중심으로 재편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최대 시장 미국에서도 인정
미국의 유력 자동차 구매 가이드북 ‘카북 2009년판(The Car Book 2009)’은 현대·기아자동차의 8개 모델을 ‘최우수 추천차종’으로 선정했다.
이름을 올린 모델은 제네시스, 투싼, 베르나, 앙트라지, 모하비, 로체, 카렌스, 쎄라토 등이다. 미국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209개 모델 중 42개 모델을 최우수 추천차종으로 선정했는데, 그 중 20%를 한국차에 할애한 것. 이제 한국차는 미국의 권위 있는 미디어가 인정할 정도의 위상을 갖추게 된 셈이다.
한국차를 명차 반열로 올려놓은 일등 공신은 현대차 ‘제네시스’다.
제네시스는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09 북미 국제오토쇼’에서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전 세계에 한국차의 명성을 떨쳤다. 최종 후보로 함께 오른 포드의 ‘플렉스’, 폴크스바겐의 ‘제타 TDI’를 따돌린 쾌거였다. 올해로 16회를 맞은 ‘북미 올해의 차’에 제네시스는 아시아 차량으로는 네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럭셔리 세단으로는 아시아 최초 수상이다.
뒤이어 기아차의 ‘오피러스’도 미국 소비자들에게 ‘가장 기쁨 주는 모델’이 됐다. 미국 소비자 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직 비전이 실시한 ‘2008 소비자 기쁨 지수’ 조사에서 대형차 부분 최고 차로 뽑힌 것이다. 2005년에 이은 두 번째 수상으로 오피러스는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주행성능과 기술력, 연비, 디자인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또 현대·기아차의 ‘타우엔진’은 미국 자동차 전문미디어 워즈오토가 선정한 ‘2009 10대 최고 엔진’상을 수상했다. 타우엔진은 380마력으로 제네시스에 ‘심장’으로 들어갔을 때 시속 0→100km(제로백) 가속시간을 6초에 끝낼 수 있다. 워즈오토는 “타우엔진은 힘의 전달이 부드럽고 동력성능도 최고 수준인 데다 가격도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 대륙을 넘나드는 세계적 호평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차에 대한 호평은 세계적이다.
인도의 자동차 조사기관 TNS가 최근 발표한 ‘종합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도 현대차 3종이 차종별 1위를 휩쓸었다. ‘i10’이 소형차급에서, ‘겟츠(한국명 클릭)’는 상급 소형차급에서, ‘엑센트(내수명 구형 베르나)’는 준중형급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인도 신차 구매 고객 7900여 명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만족도를 평가한 결과다.
현대차의 ‘i’시리즈 인기는 중남미에서도 폭발적이다. 지난해 12월 i10은 칠레에서 자동차 미디어 기자단이 선정한 ‘2008년 올해의 차’로 뽑혔다. 칠레의 유력 일간지는 “현대차의 i10은 동급 차량 중 가장 높은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i30는 아르헨티나 도로안전센터가 선정한 중형 수입차 부문 ‘2008 올해 최고 안전한 차’로 선정됐다.
기아차 ‘카렌스’는 지난해 연말 필리핀과 호주에서 각각 미니밴 부문 ‘2008 올해의 차’로 이름을 올렸다. 도요타 ‘크루거’, 혼다 ‘시빅’ 등을 제친 카렌스는 “편의성, 공간, 가치 등 모든 것이 최적의 조합을 이룬 미니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