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와 ‘무라노’를 출시하면서 국내 시장에 공식 출범한 닛산.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브랜드를 내놔 더 어려운 한 해를 맞게 된 한국닛산의 그레그 B 필립스 사장은 5일 기자를 만나 “tough, tough”를 연발했다.
“다들 힘든 시기죠. 언론을 통해 들리는 얘기도 온통 경기가 어렵다는 소식뿐이니까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되죠. 고가의 자동차 산업은 특히 타격이 크지요. 저희 가족들만 해도 당장 허리띠를 졸라맬 정도니까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집무실을 가득 채운 가족사진을 가리키며 웃어 보이는 필립스 사장. 밝은 표정 때문에 그의 말은 엄살처럼 들렸다.
“사실상 올해가 닛산의 실질적인 진출 첫해입니다. 지금 판매 중인 차종은 SUV 2종뿐이지만 이달 내에 닛산의 대표 모델 ‘알티마’가 출시되고, ‘GT-R’도 여름쯤엔 선보일 예정이니까요. 차종이 확대되면 한국에서 닛산의 저변도 확대될 겁니다.”
필립스 사장의 기대처럼 국내에 상륙할 닛산의 신차 라인업은 화려하다. 고성능 스포츠카 GT-R는 영국의 유명 자동차 잡지가 ‘2009 올해의 퍼포먼스 카’로 뽑은 인기 모델. 알티마는 국내 수입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혼다 ‘어코드’를 상대할 경쟁 모델로 꼽힌다.
미국 자동차 전문 컨설팅업체 ‘오토퍼시픽’이 실시한 2007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프리미엄 중형차 부문 최우수 차량으로 선정돼 그 등장도 화려했다. 정식 출시되기도 전에 인기를 끌고 있는 ‘큐브’와 ‘마치’도 내년에는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그러나 필립스 사장은 올해 목표량을 밝히기를 조심스러워했다. 시장 상황이 그만큼 어려운 탓이다. 대신 “닛산의 경쟁력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진출한 지 5년이 넘은 혼다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이미 확보했지만 닛산은 이제 시작이다. SUV시장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성과가 괜찮았고 세단 등 차종이 보완되면 본격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닛산 차를 경험한 고객들이 분명히 입소문을 내 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특히 올해는 도요타가 한국에 진출함에 따라 일본 3대 브랜드의 3파전이 예상되는 상황. 필립스 사장은 “고객 서비스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차를 포함해 기술력은 일정 수준에 올랐습니다. 이제 서비스에 달린 거죠.”
필립스 사장은 그러면서 자신이 보고 있던 컴퓨터 모니터를 가리켰다. 닛산 전시장은 물론 홈페이지 방문 고객의 상담 내용까지 일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고객 파일은 닛산이 자신하는 차별화된 고객 관리 시스템의 세심함을 실감케 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