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롯데소주’ 월말 첫선…진로와 ‘주류 대전’ 조짐

  • 입력 2009년 2월 12일 16시 51분


(박제균 앵커) 소주 '처음처럼'을 인수한 롯데가 최근 롯데 자이언츠 구단 홈구장인 부산 사직야구장에 설치돼 있는 무학소주 광고판 철거에 들어갔습니다. 롯데가 본격적으로 소주 시장 공략에 나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입니다.

(김현수 앵커) 롯데의 소주 시장 진출에 따른 주류업계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산업부 정효진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정 기자, 언제쯤부터 '롯데 소주'를 볼 수 있을까요.

(정효진) 이달 말쯤이면 롯데 상호가 들어간 소주를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 초 두산주류를 인수한 롯데칠성음료는 28일부터 두산주류가 만들던 소주 '처음처럼'의 제조원을 롯데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소주 시장에 진출합니다. 다음달 초까지 두산주류 인력을 서울 강남에 새롭게 마련한 사옥으로 옮기고 롯데아사히주류와 롯데칠성의 위스키 사업부도 주류사업 간 시너지를 위해 같은 건물에 입주할 계획입니다. 롯데 측은 롯데 소주 출시를 전후해 마트, 제과, 음료 등 롯데 계열사들이 보유한 전국 유통망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판촉전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김 앵커) 롯데의 등장에 소주 시장 1위인 진로의 고민도 클 것 같습니다.

(정) 롯데가 소주사업 진출을 시도하자 국내 1위 소주 업체인 진로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유통에 강한 롯데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경우, 소주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처음처럼'이 출시되기 직전인 2006년 1월까지만 해도 진로의 서울 지역 시장점유율이 90%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서울에서 진로는 시장을 계속 잃어 점유율이 78%대로 줄어들었습니다. 동네 슈퍼마켓에 롯데 상호가 달린 과자나 아이스크림이 안 들어간 곳이 없을 정도로 롯데는 국내 식음료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막강한 유통망을 자랑합니다. 진로가 긴장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죠.

인터뷰)김상훈 / (주)진로 마케팅팀장

롯데가 소주시장에 진출함에 따라서, 저희 회사로서는 별도의 마케팅전략을 수립하기 보다는 제품 및 회사가 얼마만큼 고객지향적이냐가 더욱 중요하리라 판단됩니다. 따라서 올 한해 고객 밀착형 마케팅 활동을 보다 강화할 예정입니다.

(박 앵커) 소주에 이어 롯데가 오비맥주 인수전에도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요.

(정) 오비맥주 대주주인 벨기에 맥주회사 인베브가 최근 매각 주간사인 JP모건과 도이치뱅크를 통해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한 3, 4개 사모투자펀드에 매각 안내문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실 인베브가 지난해 7월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안호이저 부시를 인수한 후부터 주류업계에서는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오비맥주을 팔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는데요. 롯데그룹은 오비맥주 인수설을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두산주류 인수 계약 당시 정황 롯데칠성 대표가 기자들에게 "관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검토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롯데의 오비맥주 인수 가능성은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김 앵커) 롯데그룹이 오비맥주 인수에 성공할 경우 주류시장에 커다란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정) 롯데그룹이 오비맥주 인수에 성공한다면 소주는 물론 맥주, 위스키, 와인, 전통주에 이르는 전 주종을 망라하는 명실상부한 주류 왕국을 건설하게 됩니다. 올해 주류 시장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셈이지요. 진로-하이트그룹에게는 소주에 이어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현재 국내 맥주 시장은 양강 체제로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은 6대 4정도 수준입니다. 오비맥주까지 인수에 성공한다면 롯데는 위스키·소주·와인 등 기존 주류 사업과 함께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박 앵커) 불황에 주춤하지만 국내 위스키 시장이 글로벌 양주회사들에게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요.

(정) 경제난이 본격화된 지난해 4분기에는 위스키 출고량이 2007년 같은 기간보다 18%나 줄었지만 소주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대해 위스키 대신 소주를 맥주와 섞어 마시는 '소주 폭탄주'가 소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일반 위스키에 비해 가격이 2배나 비싼 고급 싱글 몰트 위스키 판매량은 10% 이상 늘었다는 사실인데요. 양주 폭탄주 보다 소주 폭탄주가 유행하는 대신 고급 위스키 소비는 늘어나는, 술 소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 세계 양주 소비가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이지만 한국 시장은 고급 위스키 시장의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글렌피딕을 만드는 영구그이 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가 지난달 한국법인을 세운데 이어 코냑으로 유명한 프랑스 레미마틴과 매캘란 제조회사인 애드링턴 역시 올 상반기 안으로 한국에 출사표를 던지며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앵커) 자칫 한국에서 주류 대전이 벌어질 수도 있겠군요. 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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