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양극화의 바다속으로

  • 입력 2009년 2월 13일 03시 03분


조선 빅5 작년 매출 28% 늘어… 중소업체 부진

해운 빅3 최대 실적… 소형사들 구조조정 직면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해운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조선과 해운업계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일부 중소 해운업체와 조선업체는 부도를 내거나 이미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황이다.

특히 조선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수출액 431억 달러를 기록해 반도체를 제치고 수출 1위 업종으로 등극했지만 중소 조선사들은 오히려 구조조정의 칼을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른 중소업체로 추가 부실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면 신속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조선업계, 규모에 따라 매출액 희비

12일 금융감독원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세계 10위 이내의 대형 조선업체 5개사의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9조1489억 원으로 2007년에 비해 28.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10위권 이하 5개 중견·중소 조선업체의 지난해 매출액은 3991억 원으로 전년대비 4.5% 감소했다. 특히 현대중공업 등 ‘빅3’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모두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으며 2011년까지 충분한 수주잔량을 확보해 올해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 조선사의 경영악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해 무리한 설비투자 △최근 운임이 가장 급격히 떨어진 벌크선(원자재 운반선) 위주의 생산 △중소 해운사들이 경영악화로 잇달아 벌크선 수주계약을 취소 △금융업체 선수금 지급보증(RG) 거부 등을 주요 원인으로 들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의 사정은 이와는 정반대다. 대형사들은 벌크선 비중을 낮추며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초대형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 선박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다. 대형사의 고부가가치 선박이 전체 수주잔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64.9%(5237만7000CGT)까지 올랐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중국 조선업계의 고전으로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불황기를 맞아 1등의 위치를 더욱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STX팬오션 매출 69% 늘려

양극화는 해운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해운업계 빅3로 통하는 한진해운과 STX팬오션, 현대상선은 지난해 모두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거뒀다. STX팬오션은 지난해 매출 8조2673억 원과 영업이익 7450억 원으로 전년대비 69.9%와 60.3% 급증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지난해 매출액이 9조3558억 원과 8조30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중소 해운사의 경우 지난해 10월 파크로드 부도에 이어 이달 6일 업계 7위인 삼선로직스가 법정관리 신청을 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이들은 용·대선(배를 빌려주는 것) 관계로 복잡하게 얽힌 데다 해운업황 악화로 용선료도 제때 지불하지 못해 피해가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살아나도 한동안 기존 선박으로 물량을 감당할 수 있어 조선 수요가 바로 회복되긴 힘들다”며 “부실한 중소 조선사들은 조속히 구조조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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