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경제위기는 ‘만나(하느님이 내려준 신비로운 양식)’가 됐다.”(블룸버그 통신, 프랑스 정부가 문화재 보수에 6억2000만 유로를 투입하는 것을 두고)
“유례없는 위기엔 유례없는 야심이 필요하다. 2010년까지 유럽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될 것이다.”(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최악의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의 경기부양안이 본격화되면서 사회간접자본(SOC)분야뿐 아니라 그린에너지, 문화재 보수 등에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지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2일 미국의 7000억 달러 구제금융안과 7890억 달러의 경기부양안을 비롯해 영국(200억 파운드), 독일(300억 유로) 등 각국이 경기부양과 구제금융에 투입할 총액이 4조4477억 달러(약 609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조5000억 달러(약 8500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계산했다. 6조5000억 달러는 2007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경기부양책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전체 4조 위안 중 86%를 철도 건설과 도로 건설 등 건설분야 SOC에 쏟아붓기로 했다. 브라질은 서민주택 건설 등에 1570억 달러를 투자키로 했고, 인도도 교량 등 인프라 건설에 전체 규모의 63%인 100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선진국은 에너지, 환경, 교육, 보건 등 차세대 산업동력을 찾는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교통 등 인프라 투자가 900억 달러인 반면 건강의료 개혁 1530억 달러, 에너지 효율화에 540억 달러, 과학기술 연구지원에 160억 달러를 투자한다. 유럽연합(EU)도 초고속 인터넷 보급, 그린 자동차 개발, 미래공장 프로젝트 등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에 집중돼 있다.
영국은 교육예산을 GDP의 10%로 늘리고, 호주는 전국 9450개 학교에 20만 호주달러씩 지원금을 주는 ‘교육 뉴딜’ 사업을 벌이고 있다.
1990년대 대규모 토목공사에서 큰 효과를 못 봤던 일본은 64조 엔 규모의 경기부양책 중에 철도 교량 등 SOC 투자는 거의 없다. 대신 저탄소형 주택건설, 에너지 효율개선 등 그린분야의 비중이 높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각국의 환경 에너지 분야 투자규모는 약 2조 달러”라며 “과거 건설식 뉴딜 정책과 다른 ‘그린 뉴딜’ 정책은 단순한 경기부양을 넘어 향후 세계시장의 큰 변동을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김아연 정보검색사 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