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 끝났다? “구제금융으로 일시적 착시”
올해 들어 ‘신용위기가 최악의 상황을 넘겼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용위험 척도 중 하나인 테드스프레드(미 국채 금리와 리보금리의 차이)가 1월 중순 정상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시장에 돈이 돌기 시작했다는 신호.
하지만 이는 정부 구제금융이 시작되면서 나타난 착시효과였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손실로 처리한 부실자산 규모가 1조 달러지만 앞으로 1조1000억 달러의 추가손실이 있을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예상했다.
모든 산업이 고통? “닷컴 붕괴때보단 부채 적어”
경제위기로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은 것은 맞지만 고통의 강도는 제각각이다. 특히 모든 기업이 정보기술(IT) 투자에 ‘올인’했다가 위기의 순간 현금 부족으로 애를 먹었던 2001년과는 상황이 다르다.
‘닷컴 붕괴’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부채비율을 낮추고 현금을 확보하는 등 불황에 대비했다. 지난해 기업의 현금보유액은 6160억 달러로 2001년의 1.75배이며 부채비율은 1991년에 비해 3분의 1 이하. 엑손모빌 애플 등 유동성이 좋은 기업은 여전히 건재하다.
미국 달러의 붕괴? “작년 최저치 비해 많이 올라”
지난해만 해도 달러화는 ‘정크 통화’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에 돈을 쏟아 붓고 달러를 찍어내면서 달러화 가치는 속절없이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최저치와 비교할 때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 대비 25%, 파운드화 대비 41% 회복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위기의 시대에 달러화를 선호하는 데다가 각국도 경기회복을 위해 돈을 풀기 시작했기 때문. 달러화의 ‘상대 가치’는 올라간 셈이다.
신용카드도 위험? “부채규모 모기지의 10% 불과”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시작된 위기의 다음 단계는 신용카드 위기라는 분석이 많았다. 경기침체로 신용카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부실의 뇌관이 터질 것이라는 것.
이에 대해 베른하르트 그래프 도이체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는 터져야 할 거품이었지만, 신용카드 부채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신용카드 부채는 모기지 부채의 10분의 1 미만. 부채 총액은 계속 늘었지만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9%로 유지돼 왔다.
자산유동화 때문에 폭발력이 컸던 모기지와 상황도 다르다.
보호주의가 횡행? “기업 글로벌화로 저항 거셀 것”
경제위기에 따라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들고 나오면서 1930년대처럼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당시 미국의 ‘스무트-홀리 법’은 세계 무역장벽을 높여 결과적으로 대공황을 유발하는 한 원인이 됐다.
하지만 글로벌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보호무역으로 회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이 잡지는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무역규모가 25년 만에 처음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는 무역제한 때문이 아니라 경제침체 때문이라는 것.
이미 세계 각지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들이 보호무역 기조에 저항하는 파워블록을 형성할 것으로 잡지는 예측했다.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교수는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관세가 아닌 구제금융을 요구한 것을 보면 분명하다”며 “이미 외국경쟁회사들이 미국 남부에 공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장벽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