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킹은 키보드보안,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등 삼중 보안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이번에 모두 해킹에 뚫리면서 이용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
지난해 12월에는 유모(36)씨의 씨티은행 신용카드에서 인터넷뱅킹을 통해 1400여만 원이, 이달에는 석모(38) 씨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세 차례에 걸쳐 2100만 원이 무단 인출됐다. 특히 석모 씨는 '불량 IP' 접속을 확인하고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았음에도 해킹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인터넷 뱅킹 못 믿어" 직접 은행가는 사람들
이모(32·서울 용산구) 씨는 최근 공인인증서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지만 다시 갱신하지 않았다. 이씨는 "인터넷뱅킹 사고가 끊이지 않는 데다 공인인증서 하나면 주민등록증발급,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등 각종 개인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다"며 "개인정보까지 한꺼번에 노출될 수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주모(51·서울 서대문구) 씨는 인터넷뱅킹이 편리하다는 것을 알지만 아직도 직접 은행을 찾기를 고수하고 있다. 주씨는 시간을 내어 은행에 가는 것이 불편하기는 해도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씨는 "인터넷뱅킹을 써 보니 오류가 자주 발생하고 입출금 외에는 어차피 은행을 찾아야 한다"며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모(30· 경기 수원시) 씨는 지난해 7월 인터넷뱅킹 피싱(Phishing)사이트에 잘못 접속한 이후로 아예 인터넷뱅킹에 접속하지 않는다.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평소와 다른 로그인 절차가 의심스러워 신고를 했더니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피싱 사이트였던 것. 김씨는 "나날이 해킹 기술이 발달하는 것 같아 안심이 안 된다"고 말했다.
● 인터넷뱅킹 이용자는 급증하는데
한국은행 '2008년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금융결제원의 인터넷뱅킹용 공인인증서 발급 수(1인당 1개)는 1287만개로 2007년 1152만개보다 11.7% 나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1일 평균 인터넷뱅킹 이용 건수는 2243만 건, 이용금액은 22조 8586억원으로 2007년보다 각각 25.1%, 23.1% 증가했다.
이처럼 인터넷뱅킹 사용이 일반화되었지만 '보안의 취약성'에 대한 문제는 계속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금전을 노린 해커들의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뱅킹 이용자들이 인증서 관리 등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안철수연구소는 '안전한 인터넷뱅킹을 위한 수칙'을 발표했다.
△공공장소에서는 인터넷 뱅킹 뿐 아니라 로그인 자체를 하지 말 것
△ID와 패스워드를 이메일이나 하드 디스크에 저장하지 말 것
△공인인증서는 USB 메모리와 같은 이동형 저장 매체에 저장
△각 은행에서 일회용 비밀번호생성기(OTP)를 발급받을 것
△편리함을 위해 보안카드를 스캔하거나 사진을 찍어 저장하지 말 것
△바이러스 백신을 설치하고 수시로 수동 검사
△ID와 비밀번호는 각 사이트마다 다르게 지정하고 주기적으로 교체
△믿을 수 없는 사이트에는 들어가지 말고 웹에서 파일을 다운을 받을 때 주의할 것 등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