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최고출력 높은데도…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5분


최고출력 높은데도 최고속도 낮은 이유는

최근 폴크스바겐 ‘파사트CC’를 타봤는데 최고출력이 더 높은 가솔린 모델이 디젤 모델보다 최고속도가 낮게 설정돼 있어 의아했습니다. 배기량 2.0L 가솔린 모델은 200마력인데 최고속도가 시속 210km로 제한되고, 170마력인 디젤 모델은 시속 224km까지 가능했습니다.

폭스바겐코리아에 문의한 결과 바로 해답이 나왔습니다. 한국은 가솔린 차량에 대해서는 미국의 배기가스 규제인 OBD2 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미국에 수출되는 것과 거의 같은 모델을 독일에서 수입해 오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미국 정부의 권고로 미국에 수입되는 차량은 가능하면 최고속도가 시속 210km로 제한됩니다.

독일 내수용 파사트CC 가솔린 모델은 시속 232km까지 올릴 수 있지만 미국에 수출되는 모델은 210km에 속도제한이 걸려 있어 한국도 자연히 210km에 맞추게 된 것이죠. 반면 한국은 디젤 모델에 대해선 유럽 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독일 내수용 모델을 그대로 들여올 수 있어 속도제한 역시 독일 내수용 모델과 같습니다.

디젤 모델의 배기가스 규정을 유럽 기준에 맞춘 것은 미국의 승용디젤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디젤 차량의 수출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디젤 승용차의 수출이 훨씬 많은 유럽에 규정을 맞추는 것이 유리합니다.

폴크스바겐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판매되는 아우디의 가솔린 모델도 대부분 시속 210km에 속도가 제한됩니다. 다만 고성능 스포츠카인 ‘R8’처럼 미국에서도 최고 시속이 301km로 발표된 모델은 역시 한국에서도 시속 301km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제한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 수출형 차량을 베이스로 해 개조된 차량을 한국에 들여오기는 하지만 출력이 허용만 한다면 속도제한 장치를 완화해서 시속 250km까지 올리도록 돼 있습니다. 폴크스바겐-아우디그룹보다 유연성이 약간 높다고 볼 수도 있겠죠.

BMW의 경우 미국 판매 모델의 제한속도는 3가지입니다. 스포츠 성향이 강한 ‘M시리즈’와 고성능 대형 세단 모델은 시속 250km입니다. 일반 모델은 보통 시속 210km이지만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되면 시속 240km로 높아지기도 합니다. 물론 아우디도 S라인 같은 고성능 모델은 미국 판매 모델도 시속 250km까지 허용합니다.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속도가 높은 자동차는 무엇일까요. 무려 시속 407km까지 낼 수 있는 부가티 ‘베이론’입니다. 16기통 8.0L 터보차저 엔진과 7단 변속기가 들어간 이 차의 최고출력은 무려 1001마력입니다. 그러나 차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더 빨라지고픈 인간의 욕망을 채울 순 없을 겁니다.

석동빈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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