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관련 규제를 크게 완화한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금융상품이 등장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펀드가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이 다양해졌다.
기존 법에서는 펀드의 투자 대상이 부동산, 증권, 파생상품 등으로 일일이 열거돼 신상품을 개발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은 투자 가능한 자산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자산’으로 폭넓게 규정해 금융권의 상상력에 따라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다. 또 ‘특정 자산에 50% 이상 투자해야 한다’는 등의 제한 없이 주식, 부동산, 파생상품 등 펀드에 편입된 자산의 종류와 투자비중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혼합자산펀드도 가능해졌다.
미래에셋증권이 9일 선보인 탄소배출권 파생결합증권도 자본시장법으로 출시가 가능해진 상품이다. 이 상품은 유럽기후거래소에 상장된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
파생결합증권은 기초자산의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주가연계증권(ELS)도 여기에 포함된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전에는 기초자산이 증권, 통화, 금리, 원자재 등으로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에서 기초자산을 ‘자연적, 환경적, 경제적 현상에 속하는 위험으로 합리적인 방법에 의해 가격, 이자율 등이 산출 가능한 것’으로 폭넓게 정의하면서 그 범위가 무한대로 넓어졌다.
미래에셋증권 파생상품운용본부 김성하 부장은 “향후 녹색산업의 잠재력이 클 것으로 보여 물, 날씨와 관련된 파생결합증권 등 다양한 상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에는 원금보장형과 원금비보장형 파생결합증권이 주류를 이뤘으나 이제는 ‘원금부분보장형’ 상품이 다수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 김나이 대리는 “앞으로는 투자자 성향에 맞는 금융상품만 권유할 수 있어서 중위험 성향의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원금부분보장형 파생결합증권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이 17일부터 판매하는, 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부자아빠 파생결합증권 제31호’도 금 가격이 만기까지 하락세를 보여도 원금의 90%가 보장되는 원금부분보장형 상품이다.
상장지수펀드(ETF)의 종류도 다양해진다.
ETF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거래하는 상품으로, 지금까지 ETF가 추종하는 지수는 코스피200, 해외증시, 업종지수 등 증권 관련 지수만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금, 원유 등 실물 관련 지수를 따르는 상품뿐 아니라 지수가 떨어져도 수익이 나는 리버스 ETF, 지수가 5% 오르면 수익률은 그 이상으로 오를 수 있는 레버리지 ETF 등도 나올 수 있다.
삼성투신운용 사봉하 ETF운용팀장은 “자본시장법에서 ETF가 추종할 수 있는 지수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규정했다”며 “거래소 상장규정이 바뀌면 구체적인 상품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