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1년간 낸 세금 적절했나 따져보고
적정수준보다 더 냈을땐 돌려주는 제도죠
연말정산은 1년간 어떤 사람이 낸 세금이 적절한 수준인지 다시 계산해 적정 수준보다 더 냈으면 세금을 되돌려 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먼저 부모님의 월급명세서를 한번 살펴봅시다. 월급과 실수령액이 다르지요? 실제로 받은 돈을 뜻하는 실수령액은 월급보다 적을 겁니다.
월급에서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납부액, 소득세 등이 미리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이 중 소득세는 부모님이 소득수준에 따라 국가에 내는 세금입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월급을 받을 때마다 국세청에 가서 세금을 내야 한다면 불편하겠지요? 이 때문에 회사원의 경우 회사가 월급에서 근로소득세를 미리 떼어낸(공제한) 뒤 국가에 대신 납부하는 제도를 ‘원천징수’라고 합니다.
그러면 근로소득세 액수는 어떻게 결정할까요? 정부는 매년 초 월급과 부양가족의 수에 따라 납부할 평균 세금액수를 미리 계산해 ‘간이세액표’를 만들어 놓습니다. 월급이 많을수록, 또 그 월급으로 부양하는 가족의 수가 적을수록 납부할 세금은 더 많아집니다. 회사는 이 기준에 따라 근로소득세를 미리 떼서 국가에 납부하게 됩니다.
그런데 월급으로 받은 돈을 많이 쓰는 사람도 있고 적게 쓰는 사람도 있겠지요? 갑작스러운 사고로 의료비를 많이 지출하거나 교재비 등 교육비를 많이 쓴 사람도 있을 겁니다.
어떤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내는 돈에도 세금이 포함됩니다. 물건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새로운 가치(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활동이어서 부가가치세가 붙고 일부 고급 상품에는 개별소비세가 붙지요.
따라서 돈을 많이 썼다는 건 그만큼 세금도 많이 냈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연말정산을 통해 자신이 내는 세금이 적절한지 따져보는 절차가 필요하지요.
연말정산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먼저 1년간 받은 총급여에서 △최저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소득 기준금액을 빼고 △부양가족에 따른 기준금액 △의료비 보험료 교육비 기부금 등으로 사용한 금액 △신용카드로 지출하거나 현금을 쓰고 현금영수증을 받은 금액 등을 차례로 뺍니다. 이를 ‘소득공제’라고 합니다.
이렇게 계산한 금액은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란 뜻에서 ‘과세표준’이라 부릅니다. 여기에 일정한 세율(소득세율)을 곱한 뒤 소득수준 등에 따라 일정한 금액을 또 한 번 빼면 그 사람이 1년간 내야 할 적절한 수준의 세액이 나옵니다. 이 세액을 마지막으로 결정됐다는 의미에서 ‘결정세액’이라고 합니다.
이 결정세액을 원천징수로 미리 냈던 소득세와 비교합니다. 소득세를 결정세액보다 많이 냈다면 그만큼을 돌려받게 되고, 적게 냈다면 그만큼 더 내야 합니다.
이제 세금의 종류를 알아볼까요? 세금은 크게 국가에 내는 국세(國稅)와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지방세로 나뉩니다.
국세는 다시 국내에서 거둬들이는 내국세와 수입물품에 부과하는 관세(關稅)로 나뉘지요. 내국세에는 기업 등 법인의 소득에 부과하는 법인세, 개인의 소득에 부과하는 소득세, 유산을 상속받을 때 내는 상속세 등이 있습니다.
지방세에는 토지나 주택을 구입할 때 내는 취득세와 등록세,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부과하는 주민세, 자동차를 갖고 있을 때 내는 자동차세 등이 포함됩니다.
국가가 거둬들이는 세금이라도 중앙 정부가 모두 쓰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사업을 추진하는 데 쓰도록 지자체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하거나 내국세의 일정비율을 지방재정교부금으로 내려 보내기도 합니다.
국고보조금은 도로나 항만 건설 등 특정 용도로만 쓰이는 반면에 교부금은 지자체 등이 받아 스스로 용도를 판단해 쓸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사는 마을에 학교를 짓거나 도로를 만들고 나무를 심는 일이 모두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정부는 올해 서민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간이세액표를 새로 내놓았습니다.
이 표에 따르면 월급으로 400만 원을 받는 4인 가구의 가장은 지난해보다 원천징수되는 소득세가 50만 원가량 줄어듭니다. 또 월급이 174만 원 미만인 4인 가구(자녀 2명 이상)의 가장은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정부의 세금 감면이 경제위기로 고통을 겪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