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00대 기업의 투자 규모가 8년 만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대들보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전년 대비 시설투자 감소율이 4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삼성 LG SK그룹 등 18개사 임원들이 참석한 ‘제1차 비상경제대책반 회의’를 열고 “600대 그룹의 2009년 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2.5%의 증가율을 보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1년(―10.1%) 이후 처음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10.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비(非)제조업은 9.5%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역시 지난해의 비제조업 증가율(16.1%)보다 6.6%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제조업 중에서는 한국 대표 산업의 투자 부진이 두드러졌다. 반도체가 ―42.5%, 디스플레이가 ―40.9%, 조선 및 기타 운송장비가 ―26.5%였다.
반면 정유, 철강·비철금속은 설비고도화 전략을 올해도 이어가기 위해 투자가 각각 42.6%, 26.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전력 가스 수도(27.0%), 숙박 음식 레저(22.9%)가 투자 증가세를 이끈 반면 건설업(―18.1%)과 운송 창고업(―2.4%)의 투자는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은 올해 투자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로 ‘세계경기 회복 여부’(36.8%)를 들었다. 또 투자 활성화를 위한 조건으로는 ‘금융시장의 조속한 안정’(33.0%)과 ‘정부의 과감한 경기부양 정책’(32.5%)을 많이 꼽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기업들은 자금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채권안정펀드의 회사채 매입 확대 △회사채 발행 요건의 완화 △수출입 금융 활성화를 위한 지원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경련 측은 “비상경제대책반은 이승철 전경련 전무가 반장을 맡고 주요 그룹의 임원들이 참여해 총괄·실물경제팀, 금융·구조조정팀, 투자촉진팀 등 3개 팀으로 운영된다”며 “우선 기업의 경영애로 요인과 현안을 파악해 이를 해소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