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S 국내 첫 의결권 자문서비스… 펀드 자본주의 시대 본격화 계기
○ 정보 열세 중소 자산운용사 환영
CGS는 ‘코스피200’ 기업 중 우선 3월에 주총을 여는 5개 안팎의 대기업 주총 안건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낸 뒤 올해 안에 분석 대상 기업을 5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개별 안건의 찬반을 결정하는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CGS가 앞서 내놓은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장기적 주주가치 추구 △경영자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책임 △정보의 투명성 △기업의 지속 가능성 등을 기본 원칙으로 할 방침이다. 이 보고서는 금융투자협회를 거쳐 개별 기관투자가에 무료로 제공된다.
CGS 전영길 부원장은 “국내에서 50여 개의 대기업 주총 안건을 분석해 찬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몇 년간 자산운용협회(현 금융투자협회)에 이런 서비스를 요구해와 시작하게 된 만큼 보고서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결권 자문 서비스가 주목받는 것은 최근 몇 년간 펀드의 종류가 많아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펀드 의결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약 140조 원(국내 펀드의 주식자산 총액)에 이르는 자금을 운영하는 기관투자가들은 주총에서 평균 1%대의 반대 의견만을 내놓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소형 운용사들은 보유한 수백 개의 기업 주식을 일일이 분석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주총 안건에 대해 방관하거나 경영진의 결정에 반대할 경우 그냥 주식을 매각하는 식으로 해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의결권 자문 서비스 회사가 상장사의 주총 안건 분석, 의결권 행사 권고 등의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해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7년 6월 기준 미국에서 가장 큰 의결권 자문 서비스 회사인 ‘ISS’는 1700개 기관투자가의 25조 달러에 이르는 운용자산에 대해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려대 박경서 교수(경영학)는 “피델리티나 헤르메스 등 외국의 대형펀드와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 등 연기금도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받으며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경영권에 대한 펀드의 간섭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대 신인석 교수(경제학)는 “길어야 1, 2년간 주식을 보유하는 국내 펀드와 장기적인 성장을 중요시하는 경영진의 시각은 다를 수 있다”며 “펀드의 의결권이 커진다고 반드시 기업과 경제 전체에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경영진과 펀드가 상생하는 투자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