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학편입 성패와 '줄탁'

  • 입력 2009년 2월 18일 16시 24분


"어느 날 한 중이 경청화상에게 묻기를 '저는 이미 깨달음의 준비가 되어 껍질을 깨뜨리고 나가려는 병아리와 같으니 부디 화상께서는 껍질을 쪼아 깨뜨려 주십시오'라고 청했다. 경청이 '과연 그래 가지고도 살 수 있을까' 이르자, 그 중은 '만약 살지 못하면 화상이 줄탁 솜씨가 없는 것이니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겠죠'하고 대꾸했다. 이에 경청화상은 '이 멍청한 놈!'하고 꾸짖었다."

중국 송나라 때의 불서인 <벽암록>에 나오는 '줄탁'에 관한 얘기다. '줄'은 "쪽쪽 빨다", '탁'은 "쪼다"는 뜻의 한자어로 깨달음에 대한 스승과 제자의 역할을 가리키는 말이다.

매년 이 맘 때쯤 되면 여러 갈래의 선택을 하는 제자들을 보게 된다. 여러 개의 대학에 합격하여 기쁨에 넘치는 제자, 합격했지만 내키지 않는 대학이어서 반수나 재수를 고려하는 제자, 모두 낙방해서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기고 잠수를 타는 제자, 낙심하여 원래 대학으로 돌아가거나 취직 또는 해외연수를 고려하는 제자들로 편입학원의 상담실이 넘쳐나곤 한다.

이 가운데서도 "정말 죽어라고 공부했는데 다 떨어져서 죽고 싶다" "부모님 뵐 면목이 없다"며 절망하는 제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그들에게는 어떤 위로의 말도 통하지 않는다. 남들은 합격의 기쁨으로 축배를 들고 있을 때 자신은 차디찬 늦겨울의 추위를 온몸으로 맞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 대학편입에 낙방했다 해서 삶 자체의 실패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거대한 히말라야 봉우리를 등정하는데 해발 2천 미터 이하의 오솔길에서 작은 돌부리에 발을 채인 것에 불과하다. 지금 실패한 학생은 와신상담해야 하며, 합격한 학생 또한 졸업 후 사회진출을 준비하기 위한 더 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월말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최고의 사교클럽인 '알팔파(ALFALFA)클럽'에 참석해서 뉴스의 초점이 되었다. 1970년대까지 흑인 회원을 받지 않았고 1994년에서야 여성회원 가입을 허락한 이 클럽은 회원 가운데서 모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여 적중률 높기로 더 유명해졌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는 "취임선서(swearing-in)를 다시 한 것은 순전히 비서실장 램 탓"이라며 "램에게는 매일 매일이 'swearing-in(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해 주변을 즐겁게 하였다고 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 요소로 낙관적인 사고와 낙천적인 행동을 들 수 있다. 미국 최초 흑인대통령을 시험하고자 초대한 자리에서 오바마는 특유의 유머로 백악관의 실수와 주류 사회의 도전을 간단히 제압해버렸다. 재미있는 것은 알팔파 클럽의 슬로건이 라틴어 격언인 '빨리 주는 것은 두 번 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를 풀이하면 "호의를 베풀려거든 빨리 베풀라"라는 뜻인데, "무슨 일을 시작하려거든 빨리 시작하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편입에 실패한 학생이라면 오는 3월은 2010년도 대학편입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다. 좌절, 자신감 상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겨울이 가기 전에 다 떨쳐내야 한다. 편입실패는 있을 수 있어도 인생의 낙오는 없다는 것이 20년 편입지도에서 얻은 소중한 가치다.

김연아가 '트리플 루프'에 실패해도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전체적인 연기를 완벽하게 조율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까지 그는 실패조차 좋은 학습기회로 삼아 마음을 추스르고 다음 동작과 시합을 준비하는데 빠르게 적응했다. 이제 아무도 김연아가 은반 위에서 넘어졌다고 해서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지는 않는다. 인생은 어쩌면 그런 것이다.

앞에서 말한 '줄탁'에서 경청화상이 제자를 혼낸 이유는 자신 앞에 놓인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지 않고 깨달음을 스승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혼자서 껍질을 깨뜨릴 수 있는 준비가 다 된 사람에게 비로소 스승은 밖으로 나갈 위치와 시기를 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한다.

끝으로 "빨리 준비하는 것은 두 번 합격하는 것과 같다"고 반복해서 말하고 싶다.

강창용 '강창용대학편입' 원장 (www.english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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