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대풍’인데 왜 비쌀까

  • 입력 2009년 2월 18일 22시 59분


한국과 일본 전 연안 및 동 중국해 등에 분포한다. 알에서 부화해 6세 정도까지 산다. 최적 수온 15~19℃에서 서식하는 대표적 난류성 어종이다. 등푸른 생선의 대표선수로 비교적 싼 값에 고단위 단백질을 먹을 수 있어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고등어다.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높아져 지난해부터 국내에 '고등어 풍어(豊漁)'가 이어진다는 소식을 접하고 대형마트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마트를 17일 찾았다.

그런데 비쌌다. 2007년 1780원이던 생 고등어 1마리 가격이 최근에는 2280원이 됐다. 과거보다 고등어 크기가 훨씬 작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오른 셈. 고등어자반 가격도 2007년 1490원에서 요즘엔 1980원으로 올랐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게 경제학 원리인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사료용으로 수출돼 밥상용 고등어 줄어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8년도 어업 생산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잡힌 고등어는 18만7249t으로 2007년에 비해 어획량이 30% 늘었다.

하지만 롯데마트에서 팔리는 요즘 고등어는 옛날 고등어와 달랐다. 2007년까지만 해도 450g이던 고등어 중량이 최근 300g으로 작아진 것.

전국 최대 규모 물동량을 지닌 부산공동어시장에 문의했더니 뜻밖의 말을 들었다.

김동현 대형선망조합 유통과장은 "요즘 잡히는 고등어는 대부분 크기가 작아 밥상용으로 오르기 힘들어 동남아시아에 사료용으로 수출 된다"며 "게다가 시중에 유통되는 '상품 가치가 있는' 중량 300g 이상 고등어는 많이 잡히지 않아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농림수산식품부에 확인해 보니 해외로 수출하는 고등어 물량은 급증하고 있다. 2006년 3890t, 2007년 1만3926t, 2008년 4만1019t이었다.

고등어 값이 비싼 것에 대한 의문은 풀렸다. 철저히 경제 원리에 따른 결과였다. '고급 생선'으로 분류되는 삼치도 최근 1, 2년 사이 중국인들이 먹기 시작하면서 해외 수출이 늘어나 국내 시중 가격(500g 기준)이 2007년 1780원에서 최근 2780원으로 56% 올랐다.

●배곯고 있는 고등어, 키가 안큰다.

가격은 그렇다치고 시중에 유통되는 고등어가 작아진 이유는?

우선 국립수산과학원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급격한 개체 수 증가가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제주 근처에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수온 전선대가 형성돼 고등어가 산란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고등어 개체 수가 급증했고, 이로 인해 '먹이 경쟁'이 생기다보니까 고등어가 덩치를 키울 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김정년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는 "먹이가 제한된 상황에서 갑자기 개체 수가 늘어나다보니 생긴 결과"라며 "먹이가 없어지면 어류는 떠나게 마련이므로 해양수산 자원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태 롯데마트 수산팀 바이어도 "과거엔 고등어 배를 갈라보면 고등어의 주요 먹이인 곤쟁이(새우류)가 가득 들어있었는데, 요즘 고등어 뱃속은 텅 비어있다"며 "고등어가 배를 곯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최근 한국 연근해에는 참다랑어와 고래상어 등 아열대 어종이 종종 출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13개 정부부처가 모여 '국가 기후변화 적응 종합계획'을 세우고 수온 상승 등 해양 환경 변화에 따른 어종 교체 현상을 집중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밥상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한국 뿐 아니라 각국 정부도 머리를 짜내고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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