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윈도]포장상자 바닥엔 불량품…대형마트 씁쓸한 장삿속

기자는 15일 오후 8시경 경기 용인시 신봉동 이마트 수지점에 들러 1kg짜리 딸기 한 상자를 7500원에 샀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딸기 포장 상자를 뜯어보니 밑에 깔려 있던 딸기가 모두 뭉개져 있더군요. 절반은 먹지도 못하고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형마트에서 주로 장을 보는 기자이지만 과일만큼은 주인아주머니가 ‘잘생긴’ 과일만 직접 골라 담아주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사곤 합니다. 하지만 그날따라 자주 가던 슈퍼마켓에서 딸기가 모두 동이 나 차를 몰아 대형마트까지 발품을 팔았던 터였습니다. 뭉개진 딸기를 바라보는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동료 기자 역시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홈플러스 문래점 정육코너에서 삼겹살이 5, 6줄씩 포장된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집에 와서 제품을 열어 보니 맨 밑에 깔려 있던 삼겹살 2줄은 기름 덩어리였다고 합니다. 100g에 2000원 안팎인 삼겹살 가격이 아쉬웠지만 차마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대형마트가 국내에 도입된 1990년대만 하더라도 ‘국내 최저가’를 내세운 가공식품이나 생활용품 등 공산품이 주요 판매 품목이었죠.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마진을 더 많이 붙여 팔 수 있는 신선식품 매대를 넓혔습니다.

올해 초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대형 유통업체 농산물 거래액’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유통되는 과일, 채소, 정육 등 신선식품 판매액은 산지(産地) 가격 기준으로 6조3244억 원에 이릅니다. 이는 국내에서 생산된 신선식품 산지 판매액인 33조5050억 원 가운데 18.9%에 해당됩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팔리는 신선식품 물량은 전체 유통 물량의 31.7%에 이릅니다. 대형마트가 우리 농산물 시장의 ‘큰손’이 된 셈이지요.

하지만 큰손 대형마트의 인심은 그다지 후하지 않습니다. 농산물을 산지에서 직접 들여와 깨끗이 포장했다는 ‘대형마트표’ 신선식품 가격은 인근 재래시장이나 동네 슈퍼마켓보다도 20∼30% 비쌉니다. 하지만 원스톱 쇼핑의 편리함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무심코 집어 들게 되죠. 정작 포장을 뜯어보면 가격에 비해 떨어지는 품질에 ‘아차’ 싶을 때도 많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는 봄이 되면 인근 재래시장으로 발품을 팔아볼까 합니다. 검은 비닐봉지에 ‘이건 덤이야’ 하며 한 움큼 더 담아주는 시장 할머니의 인심이 그리워지는군요.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