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도전하는 열정 필요”
2007년 4월, 오비맥주 이노베이션 매니저 남은자 팀장(36·사진)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소비자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비자들에게 제공된 신제품은 ‘국내 최초’의 천연과즙 맥주. 파인애플과 사과과즙을 적당히 섞어 산뜻한 맛을 낸 이 맥주는 2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세상에 나온 제품이었다. 그만큼 제품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다. 샘플 개발에만 수천만 원이 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출시 불가’. 이유가 필요 없었다. 소비자가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데야 어떤 변명도 통할 리 없었다.
“왜 맥주에 파인애플과 사과과즙이 들어가는 것이 좋은지 설명한 보고서만 500쪽이 넘어요. 하지만 소비자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으니 소용없었죠.”
남 팀장은 ‘휴지조각’이 된 보고서에 미련을 갖는 대신, 곧장 대형마트로 달려가 과일과 허브 등 100종류가 넘는 천연재료를 사왔다. 이 재료들을 맥주와 섞어 마셔가며 다시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그리고 이듬해 4월. 오비맥주는 ‘카스 레몬’의 신제품 발표회를 가졌다. 롯데호텔에 마련된 발표회장 한 구석에서 남 팀장은 복받쳐오는 감격을 조용히 억눌렀다.
오비맥주의 이노베이션 매니저는 다른 제조업체로 따지면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아우르는 영역이다. 상품개발 업무 또는 마케팅 업무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 팀장은 삼성전자의 오디오 브랜드 매니저와 필립스전자의 프로덕트 매니저를 거쳐 7년 전 오비맥주에 합류했다.
그는 “이처럼 신상품 개발에는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열정이 필요하다”며 “상대를 납득시킬 수 있는 설득력과 제품의 콘셉트, 광고, 판매 등까지 생각할 수 있는 포괄적인 사고 능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의 요구를 재빨리 파악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빨리 받아들이는 것도 업무의 필수 요소다.
회사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기업의 상품개발 담당 업무는 신입사원이 ‘원한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배치 받는 것이 우선시되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남 팀장은 상품개발 담당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인사 담당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기회가 생긴다면 자신이 생각한 신제품 개발 계획을 밝혀 성의를 보이는 것이 좋다”며 “공모전 등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검증하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쌓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