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매도-매수 호가차이 “1억”

  • 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송파 잠실권 거래 활발

집주인 “투기지역 해제 기대” 급매물 감춰

수요자 “이 불황기에 너무 비싸” 발길 돌려

“작년에 내놨던 급매물 가격으로는 못 팔죠. 요새 아파트 값이 얼마나 올랐는데…. 호재도 계속 나올 것 같아서 호가를 확 올렸습니다.”(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소유자 A 씨)

“강남 집 주인들이 요즘 집값을 너무 올려서 불러요. 지난해 말에 거래된 급매물 가격을 뻔히 아는데 너무 비싸서 사기가 어려워요.”(강남 아파트 대기 수요자 B 씨)

지난달 거래가 활발했던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부동산시장에서는 이달 들어 수요자들이 다시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가 주춤하고 있다.

강남 3구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에 대한 기대감에다 한강변 초고층 신축 허용 등 연이은 호재가 집 주인들의 과도한 매도 호가 인상으로 이어져 수요자들을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

○ 2월들어 거래건수 거의 없어

18일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변 중개업소에는 상담을 받는 수요자가 많았지만 대부분 “집값이 비싸다”며 발길을 돌렸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압구정동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와 미도, 한양아파트에서는 총 40건 정도가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거래 건수가 거의 없다.

S부동산 사장은 “지난달 한강변 초고층 신축 허용 발표가 나온 뒤 거래가 뚝 끊겨 2주째 허탕만 치고 있다”며 “최근 매도 호가가 1억∼2억 원씩 올라 매수 희망가격과의 차이가 1억 원 이상 벌어졌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과 반포동도 설 연휴 이후 거래가 거의 없었다. 잠원동 신한공인 김신홍 사장은 “급매물이 대부분 팔려나갔는데 매수자들은 여전히 급매물 수준의 아파트만 찾고 있어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매수세가 주춤하자 강남구 개포동과 대치동 등에서는 호가를 3000만∼4000만 원 낮춘 매물도 나오고 있다. 개포부동산 채은희 사장은 “강남 3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가 계속 지연되면서 집 주인들은 매수자가 나와도 가격을 올리며 매도 시기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 잠실은 제2롯데월드 호재로 활기

강남 3구 대부분의 지역과 달리 송파구 잠실동은 주공5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끊이지 않는다. 설 연휴 이후 거래된 주공5단지 매물은 약 30건. 이번 주 들어서도 하루에 3건 정도씩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주공5단지 주변 현대부동산 김재열 사장은 “20년간 중개업소를 했는데 우리도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요즘 매수세가 꽤 있다”며 “경제는 어렵다는데 여기만 딴 세상 같은 착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집값이 불과 두 달 만에 채당 3억∼4억 원씩 수직 상승했는데도 추격 매수세가 따라붙자 일부 집 주인이 위약금을 7000만 원씩이나 물고 계약을 깨는 사례도 나왔다. 주공5단지에서는 이런 이유로 이달 들어서만 4건이나 계약이 해제됐다.

잠실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지난해 집값 하락폭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컸던 데다 제2롯데월드와 한강변 초고층 허용 등 대형 호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강남 3구의 거래 둔화는 연말연초 시장이 반짝 장세였고 추세적인 상승이 아니라는 증거”라며 “실물경기가 최악이기 때문에 잠실도 열기가 곧 가라앉고 강남 3구 전체도 약보합세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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