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예산 1조~2조원 풀면 1인당 19만~38만원씩 돌아가
감세-보조금보다 효율… ‘쿠폰깡’ 등 부작용 대비책 필요
정부와 여당이 저소득층의 생계유지를 돕기 위해 ‘한국형 소비쿠폰’을 나눠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소비쿠폰이 경기침체로 꺼져가는 소비의 불씨를 살리는 특효약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회 취약계층을 위해 소비쿠폰과 푸드쿠폰을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소비쿠폰이나 푸드스탬프 도입 등 저소득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혀 정부가 편성 중인 추가경정예산의 상당 부분이 쿠폰 발행에 할애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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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소비쿠폰이 내수를 자극해 경기하강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다만 국내에는 생소한 제도인 만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치밀한 사전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경기부양을 위한 긴급 처방
소비쿠폰은 저소득층의 생계를 보조하기 위해 식료품, 생활필수품 등의 구입 대금을 정부가 현금 대신 상품권 형태로 나눠주는 제도. 식료품만 구입할 수 있는 푸드쿠폰에 비해 쓰임새가 넓다.
특히 쿠폰은 정부 재정을 풀어 직접 소비를 진작시키기 때문에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같은 기존의 경기부양 대책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현금을 직접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조금 방식과도 차별화된다.
당정이 소비쿠폰 카드를 꺼내든 것은 투자와 함께 내수의 축을 이루는 소비 부진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당정으로서는 재정에 좀 무리가 가더라도 소비쿠폰으로 내수 부양과 취약계층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다.
○ 소비쿠폰 발행액 1조∼2조 원 가능성
당정은 이미 소비쿠폰의 발행 대상과 시기, 규모 등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책조정위원장은 “재정부가 이번에 추경안을 편성할 때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추경 규모가 10조 원이라면 1조∼2조 원 이내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취약계층으로 분류하는 최저생계비 이하 인구는 약 523만 명. 1조∼2조 원을 소비쿠폰으로 푼다면 이 계층에 1인당 19만∼38만 원씩 돌아간다.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거나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 등 신(新)빈곤층도 지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전체 규모는 유동적이다.
3월 말로 예정된 추경 편성 시기가 임박하면서 소비쿠폰을 둘러싼 해프닝도 빚어지고 있다.
이날 박 대표의 기자회견 전에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소비쿠폰 발행액이 1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내용을 회견문 요약본에 적어 놓아 혼란을 키웠다. 1인당 19만 원씩 전 국민에게 지급한 일본 사례에 착안해 20만 원씩 모든 국민에게 나줘준다고 가정한 금액이지만 당의 다른 관계자들은 “비현실적 숫자다. 확정된 바 없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 지급기준 등 정교한 대책 필요
요즘처럼 경기침체의 골이 깊은 때는 소비 확대와 소득 보전의 두 가지 효과를 겸비한 쿠폰이 감세나 보조금보다 효율적인 재정지출 수단이 될 수 있다. 감세는 세금을 내는 중산층 이상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보조금은 대상자들이 받아 저축을 해버리면 소비 진작 효과를 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쿠폰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사용 기한이나 배분 방법, 복제 방지 대책 등에 대해 신속하면서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쿠폰 사용기한을 정하지 않으면 소비 촉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만처럼 유통기한을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출을 하도록 하는 게 주된 목적인 만큼 되도록 사용처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제를 막기 위해 액면가는 가능하면 낮게 책정해야 한다”며 “액면가를 낮추면 쿠폰을 할인해 현금으로 바꾸는 ‘쿠폰깡’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어 음성적인 지하시장이 형성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