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팀 ‘섣부른 개입’ 교훈
신중모드속 “그냥 가진 않아”
최근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달러당 원화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급락)하면서 윤증현 경제팀의 외환정책 역량이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공교롭게도 윤 장관이 10일 취임한 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올라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19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원 오른 1481.00원으로 장을 마쳐 8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외환 딜러들은 윤증현 경제팀의 환율 대응에 대해 ‘진중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5억∼6억 달러로 추정되는 소규모 개입을 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개입은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도 당국의 운신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윤 장관은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과 시장 수급을 제대로 반영해 움직여야 한다”며 “다만 지나친 쏠림으로 환율이 급변동하는 경우에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원론적인 생각만 밝혔다. 장관은 물론 차관, 국제금융국장까지 모두 나서 환율 관련 발언을 쏟아냈던 전임 강만수 경제팀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이진우 NH선물 부장은 “강 전 장관이 환율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시장에서는 그 말을 따르기보다는 오히려 역이용하곤 했다”며 “윤 장관이 발언을 최소화하면서 은근히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은 훨씬 고수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새 경제팀의 이런 행보는 무리하게 시장과 싸워 이기려다 낭패를 본 전임 팀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환 전문가들은 새 경제팀이 지금까지는 자세를 낮추며 비교적 순항했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어 이제부터 각종 대내외 변수와 본격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동유럽 국가부도설, 미국 자동차업체의 파산 가능성 등으로 외화조달 여건이 악화됐고 국내에도 북한 미사일 발사 위협, 국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 등 악재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역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난 데는 새 경제팀의 환율 안정 의지와 실력을 떠보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장관은 1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한국은행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그냥 가진 않는다”고 밝혀 ‘전투’가 머지않았음을 시사했다.
문제는 개입 시점과 강도다. 상당수 외환 딜러들은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섣부르게 개입하기보다는 적당한 시점에 확실한 강도로 개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