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만에 다시 공적자금을 조성해 금융회사들이 갖고 있는 부실채권을 사들이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은 4월 말부터 44개 대기업집단(그룹)의 재무상태를 평가해 일정 기준에 못 미치는 그룹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1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기업 구조조정 추진 방향과 전략’을 보고했다.
이에 따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정부 보증채권으로 조달하는 공적자금인 구조조정기금을 캠코 내부에 만들어 은행의 부실채권을 사들이기로 했다. 구조조정 목적의 기금을 만드는 것은 1997년 11월 부실채권정리기금 신설 이후 처음으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캠코 자본금을 6000억 원에서 3조 원으로 확충해 부실채권을 자체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을 늘리기로 했다.
또 구조조정펀드를 만들어 자금난에 빠진 기업의 자산이나 주식을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구조조정 작업에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산업은행이 구조조정펀드에 참여하도록 하는 한편 사모투자전문회사(PEF) 등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출자할 수 있도록 투자 관련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44개 그룹에 대해 지난해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4월 말에 재무구조를 평가한다. 부실이 크거나 부실 우려가 있는 그룹은 자산을 팔거나 계열사를 정리하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채권은행과 맺어야 한다. 구조조정을 세제 측면에서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부실 우려가 큰 기업이 자산을 매각한 뒤 얻는 양도차익에 대해 기존 이익과 분할해서 별도로 법인세를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