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도 쌓고 이색경험까지… 기업 ‘활동형 공모전’ 인기

  • 입력 2009년 2월 20일 20시 19분


삼성이 운영하는 20대 대상 사이트인 '영삼성닷컴'은 최근 '영삼성 열정운영진' 7기생을 뽑았다.

10명을 모집하는 데 지원한 대학생은 모두 1275명. 무려 127대 1의 경쟁률이었다.

영삼성 열정운영진으로 뽑힌 대학생들은 국내외 다양한 행사와 유명인사들을 취재해 영삼성 사이트에 기고한다.

매월 활동비가 나오고, 6개월간의 활동을 마치면 배낭여행비도 받을 수 있다. 우수 활동자로 뽑히면 별도의 상금도 받는다.

●'활동형 공모전' 폭발적 인기

현대자동차가 운영하는 대학생 대상 세계문화 탐방 프로그램 '영현대 BGF', 잡코리아의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대학생 글로벌 프런티어', 넥슨의 '넥슨 글로벌 인턴십' 등도 모두 최근 대상자 공개 모집에서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이른바 '활동형 공모전'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다. 이들 공모전은 선발된 뒤 기업이 준비한 프로그램에서 활동을 하면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딱히 정해진 명칭은 없으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활동(액션)형' 또는 '참여(체험)형' 공모전으로 불린다.

주어지는 과제는 대개 해외 탐방이나 조사, 기업 마케터(marketer)나 포럼 활동, 블로거나 기자단 활동 등. 실제로 회사에 들어가 말단 사원 역할을 하는 인턴활동이나, 완성된 결과물을 먼저 내서 심사를 받는 대학생 광고대상 등의 기존 공모전과는 다르다.

이력서에 추가할 수 있는 경력을 쌓으면서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없는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기업의 비용으로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큰 인기일 수밖에 없다. 광고공모전 등과 달리 준비나 지원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활동형 공모전만 6개 이상 참여해 봤다는 김상영(25·인하대 중국어중국학과 03학번) 씨는 "단순 잡무만 맡기 십상인 인턴십과 달리 활동형 공모전은 참여하는 학생들이 주체가 된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실천력·책임감 부각시키야 유리"

기업들은 이 같은 형태의 프로그램이 광고공모전 등과는 달리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아니고, 인턴 프로그램과는 달리 별도의 관리가 필요해 품이 상당히 들지만 젊은 세대들 사이에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일수록 젊은 층과 소통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활동형 공모전 운영이 대학생들과 소통 채널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활동형 공모전은 준비할 때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도 다른 공모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공모전 정보 포털사이트 '씽굿'의 이동조 국장은 "기업들이 활동형 공모전에서 뽑으려는 사람은 '전문가 형'보다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젊은이들"이라며 "패기와 실천력을 강조해 자신이 '활동형 인재'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비교적 길게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만큼 책임감과 성실성을 알릴 것 △작은 규모라도 참가 기회를 만들 것 △프로그램 공고 전에 담당자를 파악하는 등 적극적으로 다가갈 것 등을 조언했다.

한편 취업 전문가들은 "자신이 응모하려는 활동형 공모전이 단순히 대학생을 '값싼 홍보인력'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미리 꼭 살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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