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까지 1조원 투자 태양전지 등 개발 박차
대학 캠퍼스 같은 시설… 480명 연구인력 구슬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중요한 외빈에게 ‘SK의 미래’를 보여주고 싶으면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 내 SK에너지기술원을 함께 방문한다.
지난해 3월에도 최 회장은 미국의 에너지자원위원장인 제프 빙어먼 상원의원 등을 데리고 기술원을 찾았고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장착된 자동차를 직접 시승하기도 했다.
20일 오후 ‘SK 녹색성장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원을 찾았다. SK그룹은 2015년까지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 아래 이 기술원에서 진행 중인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웬만한 대학 캠퍼스 규모(58만 m²)인 이 기술원에서는 박사급 97명을 포함한 362명의 연구원 등 총 480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배터리의 성능을 실험하는 한 연구실에 들어서자 전자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 운전 게임기기가 눈길을 끌었다. 외형상 오락실 기기와 다른 점은 32인치 모니터가 4개 달려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기술원의 박삼룡 에너지연구소장은 “자동차 주행 상황과 가장 비슷하게 다양한 지형이나 온도 등을 설정해 배터리를 테스트해 볼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시뮬레이션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운전석 바로 정면의 모니터에는 기술원 전경이 담긴 위성지도 화면이 있었는데 모의 운행을 시작하자 마치 자동차 경주 게임인 ‘카트라이더’처럼 자동차와 도로가 등장했다. 정면 상단 모니터는 주행에 따른 휘발유와 배터리의 상태를 나타냈고, 좌우 모니터는 실험 결과를 기록하는 계기반이라고 SK 측은 설명했다.
실험실을 나와 휘발유와 전기에너지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를 직접 타봤다. 김원석 연구지원팀 부장은 “지난해 최 회장이 탔던 그 시승차”라고 말했다.
일반 휘발유 자동차와 비교해 승차감이나 주행감에서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단지 언덕길을 오르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전지 계기반의 ‘assist(도움)’ 쪽 불이 들어오는 게 특이했다. 운전보조석에 탔던 한 연구원이 “‘전기에너지가 휘발유를 도와주는 중’이라는 표시로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연료소비효율이 휘발유 차량보다 35% 이상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22일 이 그린카를 포함해 △무공해 석탄에너지 △해양 바이오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수소연료전지 △첨단 그린 도시(u-Eco City) 등 녹색성장 분야 7대 추진 과제에 2010년까지 총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은 “특히 무공해 석탄에너지 기술은 값싼 저급 석탄을 원료로 무공해 수송연료 및 전기화학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인 만큼 앞으로 석유를 대체하는 경제성 있는 새로운 대안 에너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에너지의 R&D지원 담당인 김경원 상무는 “SK그룹은 녹색기술로 글로벌화를 선도하고 R&D와 사업개발의 일체화를 통해 효율을 제고하고 있다”며 “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중심의 ‘R&D위원회’를 통해서도 시너지 창출과 기술융합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