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규모가 2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져도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외환 당국이 강조하고 나섰다.
금융 당국은 또 동유럽 국가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은행의 외화 차입현황을 점검키로 했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22일 “외환보유액은 항상 변할 수 있다”며 “시장 개입 여부를 판단할 때 보유액이 2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질지를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환보유액이 단기간 수백억 달러씩 감소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1950억∼2050억 달러에서 변동하는 정도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당국자도 “외환보유액을 더 쌓을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사용할지에 대해 정해진 기조는 없지만 현 상황에서 2000억 달러가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는 등 이상 급등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2000억 달러 선이 깨지는 것과 관계없이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종전에는 지난해 12월 초 김동수 전 재정부 1차관이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 수준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외환시장에서는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2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뜨리면서까지 시장에 개입하긴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한편 금융 당국은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은행들의 외화차입 현황을 정밀하게 점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 당국자는 “동유럽 국가가 부도를 내면 동유럽에 자금을 많이 빌려준 서유럽 은행들이 충격을 받고 이어 국내 은행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은행권의 전체 외화 차입액 850억 달러 중 25% 정도가 서유럽 금융권에서 조달한 자금이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