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 WTO총장 “보호주의 효과 전혀 없을것”
한국에 모인 각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이들은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코리아 2009’ 국제학술회의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와 금융보호주의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은 “한국은 10년 전보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커지고 금융시스템도 투명해졌기 때문에 1997년의 외환위기를 다시 겪을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루빈 전 장관은 또 “한국은 10년 전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이 있어 (각국 정부가)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미국 재무장관으로 일했으며 지난해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빈 전 장관은 “국제적인 공조가 이뤄져야 ‘제살 깎아먹기 식’의 국가 간 자금 회수나 보호주의를 억제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시아의 목소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국제기구를 개혁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요 20개국(G20) 회의는 가장 유용한 대화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며 양국이 비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보호주의, 고립주의는 절대 효과가 없다는 점을 모두가 안다”며 “보호주의 입장을 취하게 되면 자국의 수출도 타격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미 총장은 “올해 세계 교역량은 약 3% 축소되고 내년에도 그럴 것”이라며 “이 경우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에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결실을 맺으면 관세 상한선이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금융위기로 무역금융 비용이 높아지고 있어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함께 유동성 수준을 높여 나가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미 총장은 미국 정부와 의회가 추진 중인 미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바이 아메리칸’ 조항에 대해 “시행될 때는 무역 파트너 국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합당한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학술회의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공동 개최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