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취업문 확 좁아진다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7분


美, 해외전문인력에 취업비자 발급 크게 제한

자국인력 보호 목적… “인재유입 막아 부작용”

해외 금융엘리트들의 월스트리트 취업문이 크게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경기부양법에 따르면 해외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한 취업비자(H-1B) 발급이 크게 제한된다. 이 비자로 취업한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이 구제금융을 받을 때 더 높은 검증 절차와 기준을 적용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구제금융을 받은 회사의 해외인력 고용 자체를 금지했던 경기부양법 초안보다는 그나마 완화된 것.

한편 2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찰스 그래슬리, 리처드 더블린 상원의원 등은 H-1B 비자발급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이다. H-1B 비자의 남용으로 인한 해외 노동력 착취를 막는다는 것이 공식적인 이유지만, 여기에는 실업 폭풍에 직면한 자국 인력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이 담겨 있다.

비자 제한을 지지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 세금을 수혈 받은 은행들이 자국 직원들은 길거리로 내몰면서 해외의 값싼 노동력을 수입해 오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H-1B 비자는 월가의 금융인력이나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전문인력을 해외에서 데려오기 위한 목적으로 1990년 만들어졌다. 비자 유효기간은 3년이지만 최대 6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한 해 최소 8만5000명의 해외인력이 현재 이 비자를 받아 미국에서 근무 중이다.

은행의 경우 2006년 기준으로 1200여 명의 직원이 이 비자를 받은 외국인이었다. 최근 이 수는 몇 배로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JP모간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주요 은행이 모두 포함돼 있다.

기업인들은 H-1B 비자 규제가 유능한 해외 인력의 활용을 막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는 경기부양법이 통과되기 전 초안의 수정을 요구하며 “검증된 해외 인력들의 진입을 막는 것은 미국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할 때 기업들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구글의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나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은 H-1B 규제 철폐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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