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이 2월 초부터 시행됐습니다. 이 법은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와 관련한 기존의 6개 법률을 하나로 묶고 그 내용을 보완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본시장통합법’이라고도 부릅니다.
자본시장법은 증권사나 은행 등이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만을 팔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판매사들은 금융투자협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설문지를 이용해 고객의 리스크 허용 등급(위험감수 능력)을 파악하고 그 등급에 맞는 상품만을 권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처럼 투자자의 형편은 고려하지 않고 “이 회사의 주가가 오를 것 같으니까 이 종목을 사세요” 또는 “중국 주가가 오를 것 같으니까 중국펀드에 가입하세요” 식의 권유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종래의 투자관행에 익숙한 투자자들 중에는 “고객이 사고 싶은 상품만 사게 하면 될 것이지 왜 이런 귀찮은 절차를 밟게 하느냐”고 짜증을 내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시대에 투자에 성공하려면 이런 절차를 귀찮아하기보다 소중한 자산을 운용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우선 설문지에 답을 할 때는 장기, 분산투자의 원칙을 염두에 두고 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예상 투자기간이 6개월일 때보다 3년 이상의 장기간일 때 투자 위험이 낮아집니다. 또 한 가지 상품에 집중 투자하기보다 몇 개의 상품에 분산 투자하면 리스크는 그만큼 줄어듭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막연히 “안정적인 운용을 원한다”는 식으로만 답하면 고수익이 기대되는 상품에는 투자할 수 없는 등급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요즘 같은 저금리·고령화 시대에는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처럼 다소 위험이 크더라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에 일정비율을 투자하지 않고서는 노후를 대비한 자산을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설문지에 답을 할 때는 한 가지 상품에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리스크가 서로 다른 몇 개의 상품에 나눠 장기투자한다는 마음으로 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는 ‘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한다’고 합니다.
포트폴리오는 자신의 나이, 재산상태, 부양가족, 투자성향, 투자기간 등 투자자의 형편을 고려해서 짜야 합니다. 특히 지난주에 소개한 ‘3개의 금융자산 주머니’ 중에서 자산 형성 주머니만큼은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짜서 장기, 분산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정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