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줄고 편법매매 생겨 없애려는 거죠
[Q]정부가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기로 하고 관련 주택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 상정한다고 합니다. 분양가 상한제란 무엇이고, 왜 폐지하는 건가요?
분양가는 건설회사가 새 아파트를 지어 사람들에게 팔 때 제시하는 아파트의 가격입니다. 분양가 상한제란 정부가 일정 가격을 제시하면서 ‘이 가격보다 비싸게 분양가를 받지 말라’고 정해 놓은 일종의 ‘최고 가격제’입니다.
분양가의 상한선은 아파트가 지어지는 땅의 가격에 아파트를 짓는 데 들어가는 건축비, 시행사의 수익 등을 더해 정해집니다.
당초 분양가 상한제는 대한주택공사 등 공공이 개발하는 토지인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주택에 대해서만 적용했는데 2007년 당시 노무현 정부는 1·11 부동산대책을 통해 같은 해 9월부터 민간이 개발하는 토지인 민간택지에 지어지는 주택에 대해서도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주택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물량에 비해 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집이 없는 사람들이 내집을 마련하는 기회를 더 많이 갖게 하고 시장에서 형성돼 있는 가격보다 저렴하게 새 아파트를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제도를 확대 도입한 것이지요.
취지만 놓고 보면 바람직해 보이는데 이제 와서 이 제도를 폐지하려고 하는 건 왜일까요.
우선 정부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제도가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사려는 사람(수요)이 팔려는 사람(공급)보다 많아지면 가격이 올라가고, 사려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팔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은 내려가게 됩니다. 이렇듯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같아지는 균형점에서 형성됩니다.
하지만 최고가격제는 시장 외부의 힘을 통해 특정시장에서 거래가격이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균형가격 아래에서 고정될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제도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최고가격제와 같은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시장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이로 인해 비효율이 생긴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로 생겨난 초과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시장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주택 공급량이 감소합니다.
주택 거래량과 가격을 각각 X, Y축으로 하는 주택시장 그래프에서 주택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이 각각 우상향, 우하향하는 일반적인 형태를 보인다고 가정할 때 균형가격 이하로 최고가격이 설정되면 주택 공급량이 감소하는 것을 이론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가격(설정가격)보다 주택 공급자인 건설사들이 주택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한계비용)이 높아져 공급자들이 생산을 포기하기 때문입니다.
또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분양 프리미엄(웃돈)과 암시장이 생겨나는 것도 문제입니다.
수요자들은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아진 주택을 좀 더 비싼 값에 사들일 의사를 가지고 있고 주택 최초 분양자는 이를 일정한 웃돈을 받고 팔 유인(incentive)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택을 몇 년간 팔지 못하게 하는 전매제한이라는 보완장치가 있어도 분양주택을 거래하는 암시장이 형성됩니다. 실제 소유자와 문서상 소유자가 다른 이중등기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해 전매제한에 걸린 아파트를 사고파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신규 주택의 품질 하락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공급자는 시장에 초과수요가 형성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재화의 품질을 낮추려고 합니다. 생산비용을 아끼기 위해 품질을 낮추더라도 여전히 수요가 많기 때문에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파트와 같이 일정 기간 거주해 보지 않고서는 그 품질의 좋고 나쁨을 면밀히 파악하기 힘든 재화는 공급자에게 품질을 낮추고자 하는 유혹을 더 크게 만듭니다. 경제학 용어를 빌리자면 이는 ‘감추어진 특성에 의한 정보의 비(非)대칭성’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분양가 상한제는 부동산 시장에서 1년여 만에 폐지되게 됐습니다. 하지만 집이 없는 서민들이 좀 더 싼 가격에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정부의 영원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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