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단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방책을 찾아야 하지만 동시에 위기 이후 경쟁력이 있는 분야의 신성장동력을 개발하는 장기적인 대책도 함께 실행해야 합니다.”
대니 라이프치거 세계은행 부총재(사진)는 24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이 이번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 재정지출을 대폭 늘려 경기를 부양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함과 동시에 위기 이후에 대비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프치거 부총재는 1980년대부터 세계은행에서 한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를 맡았고 1997년 한국에 대한 외화 융자 계획을 주도했던 한국통.
그는 현재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때보다 기업의 부채비율이 낮고 금융 부문 리스크가 다양하게 분산돼 있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의 위기 대응 방법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감세보다는 정부 지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실업자와 최빈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전개 방향에 대해 그는 “현재 위기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길고 가장 혹독한 경기침체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2008년 중반기부터 침체가 시작된 것으로 보면 2010년 초부터는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프치거 부총재는 “이번 위기를 통해 자본주의는 커다란 교훈을 얻고 진화할 것”이라며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은 없지만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규제, 감독이 함께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세계화’가 성공하려면 양극화 문제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전 국민의 95%가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5%만 실질소득이 증가했는데 이 같은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세계화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