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대역사… “한국정유 미래에 투자했죠”

  • 입력 2009년 2월 25일 02시 58분


여수에서… 군산에서… 산업현장 희망찬가

《통계지표만 보면 한국 경제는 암울 그 자체다. 그러나 동아일보 취재팀이 찾아간 산업현장에서는 ‘기업 전사’들이 경기 침체 속에서 수출 길을 뚫고, 경기가 회복될 때를 준비하며 조 단위의 투자 금액을 집행하고 있었다. 미래를 향한 힘찬 희망의 현장을 소개한다.》

■ GS칼텍스 여수 제3고도화시설 건설 현장

24일 전남 여수시 월내동 GS칼텍스 제3고도화시설 공사 현장.

거대한 사마귀 다리를 연상케 하는 펌프 카가 콘크리트를 싣고 올 레미콘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변전소가 지어질 자리였다.

10여 명의 작업자가 펌프 카 주변에 분주히 거푸집을 만들고 있었다.

“‘3조 원짜리 공사’라니까 규모에 대한 감이 잘 안 잡히시죠? 여기 붓는 콘크리트만 20층짜리 아파트 40동 분량입니다.” 조귀철 GS칼텍스 차장의 설명이었다.



○ 상장사 하나 통째로 살 만한 사업비

변전소 용지 뒤 현장에는 철골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현장의 길이는 약 300m, 좌우 폭은 육안으로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땅 위로 무수하게 솟아 있는 철골 위를 근로자 2500여 명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이들이 뿜어내는 열기 덕분에 지금이 세계적인 불황이라거나, 계절적으로 건설의 불황기인 겨울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멀리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은빛 파이프라인과 거대한 원통들이 번쩍이고 있었다. 2007년 완공된 1조5000억 원짜리 ‘제2고도화시설’이라고 회사 관계자가 설명했다.

“업종을 불문하고 현장 한 곳에 이만 한 돈을 투자하는 기업이 또 있을까요? 저희가 여기 들이는 돈으로 상장사 하나를 통째로 살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착공한 GS칼텍스 제3고도화시설 현장에는 올해만 1조 원, 2012년 완공까지 모두 3조 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투자금액의 대부분인 2조6000억 원은 내년 말까지 집행된다.

3조 원은 정부가 민간과 함께 2012년까지 그린에너지 산업에 투자하기로 한 돈과 맞먹는 규모다. 대형 장치산업인 석유화학업계에서도 한 사업장에 이처럼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는 처음이다.

○ “지금 투자 안 하면 미래 생존 없다”

고도화시설은 현대 정유사들의 수익을 좌우하는 핵심 시설이다. 중질유 분해시설이라고도 부르는 이 시설은 일반적인 정유 과정에서 나온 벙커C유 등 ‘찌꺼기 기름’을 고온고압 상태에서 분해해 휘발유와 경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만들어 낸다.

전 세계적으로 벙커C유 등 중질유 수요는 줄고, 휘발유 등 경질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유사들은 고도화시설 건설에 자신들의 미래가 있다고 여기게 됐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초기 투자비가 든다는 것.

현 시점에서 볼 때 GS칼텍스의 제3고도화시설 투자에는 적지 않은 위험이 따른다고 평가된다.

유가가 심한 널뛰기를 하는 바람에 GS칼텍스는 지난해 83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하는 상황이어서 투자비 회수 시기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이달 사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제3고도화시설 투자는 ‘필수’”라고 못 박았다. 지금 어렵다는 이유로 투자를 미루거나 줄여서는 미래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여수공장 생산본부장인 전상호 부사장은 “제3고도화시설이 완성되면 GS칼텍스는 1일 고도화설비 능력이 26만8000배럴로 국내 최대 규모가 된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제3고도화시설을 짓는다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사회공헌을 하고 있다.

GS칼텍스 측은 사업기간에 신규 고용창출 효과가 연인원 3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여수=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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