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덮친 ‘제2 리먼쇼크’ 먹구름

  • 입력 2009년 2월 25일 02시 59분


허탈한 월스트리트미국 증시가 1997년 10월 28일 이래 12년 만에 최저치(7,114.78)로 추락한 23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거래인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도 전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3.41% 급락한 영향을 받아 24일 1,063.88로 마감했다. 뉴욕=AP 연합뉴스
허탈한 월스트리트
미국 증시가 1997년 10월 28일 이래 12년 만에 최저치(7,114.78)로 추락한 23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거래인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도 전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3.41% 급락한 영향을 받아 24일 1,063.88로 마감했다. 뉴욕=AP 연합뉴스
동유럽 은행 위기… 씨티 이어 AIG 국유화 논란

美 다우지수 12년만에 최저… 코스피 35P 급락

미국 증시가 23일(현지 시간) 12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는 소식에 24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약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원화가치 하락)하고 주가는 급락했다.

씨티그룹에 이어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의 국유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동유럽발(發)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 영향으로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내다파는 바람에 원화가치가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환율 급등에 따른 부담이 커짐에 따라 외환당국의 대규모 시장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시장 교란의 원인이 해외에 있는 만큼 외부 악재가 해결되지 않는 한 국내 금융시장이 심하게 출렁대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뉴욕 증시는 24일 오전(현지 시간) 개장 초 상승세로 출발했다.

○ 원화가치 떨어지고 주가는 급락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27.30원 급등한 1516.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월 13일(1521.00원) 이후 10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11거래일째 계속된 외국인 주식 매도세의 영향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10일 이후 23일 하루를 제외하고 줄곧 올랐고, 지난해 말보다는 256.8원 치솟았다.

코스피도 전날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3.41% 급락해 12년 만에 최저치(7,114.78)로 떨어진 영향을 받아 35.67포인트(3.24%) 하락한 1,063.88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과 11월에 붕괴됐던 1,000 선이 다시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해외 악재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 등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3월 만기 외채와 외국인 배당 송금에 따른 국제수지 적자 가능성 등이 원화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1달러=1516원 11년만에 최고

정부 외환시장 긴급점검… 개입 나설지 촉각

○ ‘제2의 리먼 사태’ 불안감 고조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9월 15일 터진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주요 은행들을 심사해 추가 공적자금 투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하자 국제 자금시장은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은행들이 국유화를 피하기 위해 자금줄을 조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설까지 나오면서 미국 증시는 꽁꽁 얼어붙었다.

동유럽발 금융위기가 서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세계 증시와 국내 외환시장을 위축시킨 요인. 서유럽 대형 은행의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동유럽 은행들이 무너지면 서유럽 금융권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심화돼 안전자산인 달러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달러화가치가 급등하자 원화가치는 더욱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 외환당국 일단 관망, 개입시기 관심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외환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대규모 개입을 반복한 결과 외환보유액을 소진하고 주식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에게 뒷돈만 대줬다는 비판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이날도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1500원과 전 고점인 1513원을 넘어설 때 당국의 개입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특별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자 상승폭이 확대됐다.

그러나 환율이 1600원대를 위협할 정도로 상승 탄력이 커진다면 외환당국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인 달러 매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진동수 금융위원장, 윤진식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은 이날 청와대에서 경제금융대책회의(서별관회의)를 열고 외환시장을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최근의 통화가치 하락은 신흥시장 국가의 공통된 현상으로 수출의존도가 높거나 외채가 증가한 곳에서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하반기엔 경상수지 흑자 등의 요인으로 환율이 안정돼 연말엔 1300원 선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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