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인터넷몰 통해 대여업 해봄직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자문단의 유지현 자문위원은 지난해 4월 경영 자문을 위해 경기 부천시의 흥진플러스를 찾았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경영 자문을 신청한 회사의 상황이 생각보다 우량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 자문 요청이 있었지만 실제로 본 흥진플러스는 ‘건실한’ 중소기업에 가까웠다. 종업원 25명에 매출액 62억 원,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채무도 없었다.
흥진플러스는 ‘예닮’이란 브랜드의 아동용 한복을 제작하는 업체로 한복 업계에서는 좋은 디자인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었다.
흥진플러스가 자문 요청을 한 부문은 ‘신사업 개척’이다. 회사 측은 지금 상황이 나쁘지 않지만 10년 후 미래를 대비해 전경련 중소기업자문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유 위원은 “경영 자문은 문제가 있는 기업만 하는 게 아니다”라며 “새로운 사업 개척 등 회사 구조를 바꾸는 데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새로운 10년을 고민하다.
흥진플러스가 자문을 요청한 ‘신사업 개척’과 ‘회사 시스템 개선’은 사업이 잘되는 중소기업들도 공통으로 고민하는 문제다.
흥진플러스 추민수 대표는 예전부터 새로운 판매 통로를 고민해 왔다. 도매 판매 위주의 사업 구조는 흥진플러스가 생산하는 아동용 한복의 최근 유행과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추 대표는 “요즘 젊은 어머니들은 아이들 한복을 구매하기보다 일이 있을 때마다 빌려 입히는 경우가 많다”며 “도매 위주의 회사 판매망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한복 대여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과제였다”고 말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도 신사업 개척에 나서게 된 이유다. 한복의 경우 예전에는 지역 한복점을 중심으로 팔리던 것이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수량이 많아져 지역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체계화된 인재 시스템 구축도 흥진플러스가 중소기업자문단에 요청한 자문 내용 중 하나다. 추 대표는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를 만드는 것이 항상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으나 중소기업으로서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회사를 경영하며 인사에 문제가 있으면 회사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 신사업 추진과 시스템 개선을 동시에
문제를 파악한 후 자문위원과 회사는 함께 새로운 사업 추진전략을 만들기 시작했다.
신사업 아이템으로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에 입점해 한복 대여사업을 시작하는 방안이 나왔다.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에 회사 내부 구성원에게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부터 거쳤다. 유 위원은 “새로운 사업이 회사의 기존 매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먼저 점검해야 했다”며 “바뀌는 회사 정책이 중요할수록 사원들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철저한 사전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오히려 사내(社內) 의견 조율이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 유 위원의 조언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에서 한복 대여사업을 시작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회사가 정기적으로 고객들과 만나는 통로인 ‘한복 품평회’도 확대했다. 지금은 추 대표가 직접 한 달에 1, 2회씩 회사가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고객 품평회에 참석하고 있다.
시스템 개선은 가장 장기적으로 보고 있는 과제다. 인사와 물류 등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을 위해 유 위원은 매년 12월이던 흥진플러스의 회계 결산 시스템을 3월 말로 바꿨다.
또 영업이나 총무 등에서 조직별로 목표를 설정한 뒤 매년 이를 달성한 부서에 포상을 하는 등 성과중심 조직 체계도 도입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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