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틀임?…용산구 일대 다시 주목

  • 입력 2009년 3월 2일 02시 59분


《정부가 최근 강남 송파 서초 등 서울 ‘강남 3구’의 투기과열지구 해제조치를 유보하면서 이미 지난해 11월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용산구 일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용산은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계약 후 전매 제한이 가능해진 데다 초고층 한강변 아파트 허용, 용산민족공원 조성 등 개발 호재가 많은 강북 재개발의 핵심 지역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최근 1, 2년 새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라 전반적으로 비싼 편이고 중대형이 많아 환금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잇단 개발호재에도 가격은 아직 하락세… 청약률은 높아

○ 올 들어 가격 하락폭 줄어

지난해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거래가 부진했던 용산구는 올해 들어 조금씩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나온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으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단지는 계약 후 전매가 가능해졌고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까지 허용돼 한강대교에서 반포대교 사이에 있는 재건축 단지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아파트 가격 월간변동률에도 반영됐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0.45% 내렸던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은 올 1월에 하락폭이 0.12%로 줄었다.

닥스플랜 봉준호 대표는 “2006년 3.3m²당 4500만 원까지 뛰었던 용산 아파트 가격이 현재 3.3m²당 2500만 원 선까지 내려 저점 매수 심리가 형성됐고, 올해 들어 강남권 아파트의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용산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용산구 이촌동 대우아파트 162m²는 지난해 12월 12억2500만 원보다 1억5000만 원 내린 10억7500만 원, 이촌동 한강맨션 122m²는 같은 기간 1억2500만 원 내린 16억 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 올해 총 5곳, 1373채 분양 예정

용산구는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11만9000m²)의 2배 규모로 조성될 상업문화복합공간 용산링크, 150층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과 6성급 호텔 등이 들어서는 국제업무지구, 용산민족공원 등 개발 호재가 풍부하다.

이런 점 때문에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 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들의 청약 성적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대림산업이 신계동에서 지난해 11월 분양한 ‘용산 신계 e-편한세상’은 국제업무지구에 가까운 입지 덕에 최고 6.2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됐다.

금호건설이 2월 16, 17일 한남동에서 분양한 고급임대아파트 ‘한남 더 힐’도 최고 51 대 1, 평균 4.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용산구에서 분양될 단지는 총 5곳, 1373채로 이 중 일반 분양분은 615채다. 가장 먼저 나올 물량은 대우건설이 효창동 효창3구역을 재개발한 ‘효창파크푸르지오’다.

이 아파트는 경기침체 등의 영향을 고려해 서울의 재건축아파트 중에서 처음으로 분양가를 낮췄다.

당초 지난해 11월 이 지역에서 분양한 재건축아파트 분양가와 비슷한 3.3m²당 2400만 원 정도로 분양가를 결정하려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분양가를 1600만∼2000만 원으로 낮춰 이달 4일부터 1순위 청약을 시작한다. 지하 3층∼지상 24층짜리 7개 동(棟), 77∼146m² 규모 307채로 구성된다. 일반 분양분은 165채.

6월에는 동부건설이 동자동에서 159∼307m² 273채 중 202채를 일반 분양한다. 포스코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도 161∼300m²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493채 중 135채를 올해 분양할 계획이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강남이 성숙기라면 용산은 성장기

주식으로 치면 저평가된 우량주죠”▼

용산 부동산전문가 우미경 미르메개발 대표

“용산 개발은 서울 안에 도시 하나가 새로 들어서는 차원입니다. 서울 한복판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지닌 용산은 명실상부한 서울의 새 중심이 될 것입니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미르메개발㈜의 우미경 대표(사진)는 “용산 부동산은 주식으로 치면 아직도 저평가된 우량주”라며 이렇게 말했다. 우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용산지역에 특화해 부동산 자산관리와 투자 조언을 해 온 용산 부동산 전문가다.

우 대표가 용산구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이 일대 부동산 지형을 바꿀 대형 호재(好材)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 미군기지에는 용산민족공원이 들어설 예정이고 용산철도기지창 일대는 150층짜리 초고층 빌딩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국제업무지구로 탈바꿈한다. 용산민족공원과 국제업무단지를 연결하는 지하공간에는 강남 코엑스몰의 2배에 이르는 상업지구도 생긴다.

우 대표는 “용산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곳이기도 하다”며 “국제업무지구가 조성되면 인접한 마포구와 한강 건너편의 여의도, 동작구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강남권이 개발이 거의 완료된 ‘성숙기 시장’이라면 용산은 잠재력이 풍부한 ‘성장기 시장’이라는 게 우 대표의 진단. 그는 “자녀 교육을 끝낸 중장년층 강남 거주자 중 상당수가 최근 들어 용산구로 넘어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우 대표는 용산역과 한강 사이 지역은 값이 많이 올랐지만 원효로 등 용산역 뒤편은 아직도 가격 상승 여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파트 가격 자체는 서울 강북의 다른 곳과 큰 차이가 없지만 개발 호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

그는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재개발 지분 투자는 여유자금을 땅에 묻어둔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며 “실제 거주할 수 있는 조건만 된다면 가격 메리트가 높아진 용산 일대의 아파트 매입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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