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거위사안(居危思安)의 지혜

  • 입력 2009년 3월 2일 03시 00분


대분망천(戴盆望天)이라는 한자 성어가 있다. 물동이를 이고 하늘을 쳐다본다는 의미다.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물동이를 인 채 하늘을 쳐다본다면 필경 물을 쏟게 될 터이다. 물을 흘리지 않으려 한다면 하늘을 쳐다볼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경기 활성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두 달이 멀다하고 계속 발표되는 경기 대책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물론 정부 대책은 당면 위기 극복을 위한 즉시 활용 목적이다. 하지만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이때 미래를 위해 큰 틀을 재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 대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분야를 살펴보자. 얼마 전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12월 현재 16만 채를 넘어 사상 최고라는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건설업계 일부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줄잡아 25만 채에 이른다고 얘기한다. 정부 통계가 불신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한 업체들이 미분양 아파트 수를 숨기기 때문이다.

정부가 산정하는 통계의 기준이 불충분한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부는 현재 사업승인을 내준 허가기준으로 주택공급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허가, 착공, 준공, 분양 등 4개 항목의 통계를 각각 만든다. 착공 통계는 건설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에 해당한다. 준공 건수는 주택공급 규모이므로 한국에서라면 전세금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다. 이사 계획 수립이나 건축 사업성 판단 등에 필수적인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들이다.

주택보급률만 해도 그렇다.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주택보급률 정보는 이제 효용을 다했다. 모든 시도의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 턱밑까지 차올랐거나 크게 넘어선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이런 주택보급률을 토대로 정책결정을 내린다고 해보자. 마치 ‘전국이 가끔 흐리고 비가 오겠다’ 식의 두루뭉술한 일기예보를 믿고 소풍 계획을 세우는 것과 뭐가 다를까.

주택시장 처방도 수도권 50만 채 공급이나 전국 보금자리주택 100만 채 건설 식의 광역 단위 대응책은 접을 때가 됐다. 지역과 주택 수, 집 크기, 가구원 수 등의 항목으로 구분해야 스마트폭탄 식으로 대처할 수 있다. 문제점의 구체적인 진단만이 명확한 처방을 낳는다. 주택은 과거와 달리 더 주도면밀하게 관리할 대상이 됐다.

위기에 빠졌을 때 응급처방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위기는 현실과 동떨어진 많은 개념을 함께 정비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여유가 없다며 미뤄둘 일이 아니다. 위기탈출 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다. 긴박할 때 장차 편안할 국면을 준비하기 위해 미리 행동하는 것이 바로 거위사안의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이진 경제부 차장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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